KDI, 금전적 가치 추정 어렵다고
주목적 도심단절 해소 '편익' 무시
B/C결과로 '반토막 지하화' 안돼
사업구상, 민간업자 시각 위주 반영

적격성 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KDI는 도로사업 경제성 분석을 시행할 때 정형화된 방식을 따른다. 편익으로 차량운행비용 절감, 통행시간 절감, 교통시간 감소, 환경비용 절감만을 다룬다. 이 항목은 아예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 총괄지침에 규정되어 있다. 이 밖에도 지침에 제시된 몇 가지 편익이 있지만, 철도와 관련된 것이라 도로와 무관하다. 지역개발 효과는 KDI가 도로사업 B/C를 분석할 때 고려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역개발 효과가 편익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금전적 가치로 계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DI가 스스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인천시가 내세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목적은 첫째 도심단절 해소 및 주거환경 개선으로 원도심 활성화, 둘째 만성정체 구간 지하화를 통한 도로기능 회복이다. 지상 구간 활용방안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상 구간 차로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므로 주목적은 도심단절 해소를 통한 원도심 재생 촉진이라고 할 수 있다. KDI가 관행과 지침을 따랐다면 사업의 주목적이 편익에서 빠졌을 수밖에 없다. 도심단절 해소는 지역개발 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 KDI가 다른 사업에서 측정하지 않던 도로사업 지역개발 효과를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만 예외적으로 반영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B/C가 너무 낮다.
일반적인 고속도로는 산과 들을 지상으로 지난다. IC 부근은 땅값이 오를 수 있으나 나머지 고속도로 주변 지역은 오히려 불편해진다.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 한참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로 주변 개발 효과를 무시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지역의 개발 효과는 B/C에서 빠져도 금전적 가치로 추정되지 않을 뿐 예비타당성 조사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별도의 분석에서 정성적으로 충분히 고려된다. 경인고속도로는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도로이므로 일반적인 고속도로와 성격이 다르다. 지하화되면 주변 지역 여건이 확 달라진다. 편익 중 지역개발 효과가 가장 중요한 특수한 경우다.
B/C 분석은 사업 주체나 지역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편익과 비용을 다룬다. 따라서 지역에서 분명한 편익이 발생해도 B/C 분석에서 반영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 각지에서 테크노밸리를 개발할 때 개별지역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효과는 다른 지역에서도 있는 수요가 이전한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은 편익에서 제외된다. 한 지역의 편익이 다른 지역의 손실이면 국가 전체로 봐서 편익이 증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역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사업이지만 B/C가 낮게 나온다. KDI에 가서 따져봐야 소용없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로 인한 도심단절 현상 해소는 이와 다르다. 다른 지역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국가 전체 관점에서 봐도 명확한 편익이다. 화폐가치로 추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의 가장 큰 편익을 제외한 B/C 결과를 토대로 반토막 지하화를 하면 안 된다. 도심단절 해소 편익은 민자사업자에 수익으로 반영될 수 없는데 알려진 사업구상은 민자사업자 시각이 너무 반영되어 있다. 제대로 편익을 추정해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거나, 굳이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정부 재정지원을 늘려서 진짜 지하화 사업을 해야 한다.
/허동훈 에프앤자산평가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