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아닌 보행자로 분류 불구
길가 장애인 보조시설 설치안돼
열악한 이동환경 사고위험 커져
지난 14일 오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문명규(46·뇌병변 1급)씨와 함께 찾은 간석오거리역 1번 출구.
백범로를 따라 약 200m를 가자마자 높이 5㎝ 정도의 인도 턱이 있었다. 문씨는 턱에 걸려 인도로 올라가지 못했다.
휠체어를 뒤로 빼고 속도를 이용해 힘겹게 인도로 올라갔다. 턱을 넘어서는 순간 휠체어는 심하게 흔들렸다. 힘들게 올라온 인도에서는 경사가 문제였다. 휠체어가 경사에 미끄러지면서 차도 쪽으로 갔다.
미끄러지는 휠체어는 뒤에서 잡아줘야 멈췄다.
문씨는 "이면도로를 지나 인도에 들어설 때 높이 차이로 균형을 잃고 넘어진 적이 많다"며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인도에 장애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은 열악한 이동환경으로 차도로 내몰리고 있다.
전동휠체어는 관련법 상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로 분류돼 인도로 다녀야 하는데, 대부분의 인도에는 불편함 없이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약자로 꼽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행 보조시설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간석오거리역부터 만수북초등학교까지 2㎞ 구간에 있는 횡단보도 14곳 중 6곳에는 음성신호기조차 설치돼있지 않았다.
함께걸음 인천장애인 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이동환경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와 함께 남동구 일대 인도와 차도 간 높이차, 시각장애인용 음향 신호기 설치·작동 여부 등을 다음 달까지 파악할 계획이다.
함께걸음 이부옥 사무국장은 "현재 환경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시각장애인들은 도로와 인도를 구별할 수 없어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며 "실태조사를 마치고 자료집을 만들고 남동구와 구의회 등 관계기관에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교통약자의 이동환경이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