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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서지현 검사가 불을 붙인 미투운동의 열기는 대단했다. 미투운동의 열기는 성폭력 사건에 비교적 관대했던 법원의 판결도 확 바꾸어 놓았다. 2018년 4월 대법원은 학생을 성희롱한 대학교수의 해임취소소송 최종심에서 하급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뒤집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때 등장한 용어가 '성(性)인지 감수성'이다. 1995년 베이징 유엔 여성대회에서 사용돼 국제적으로 통용된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생활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의미한다.

당시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성범죄 관련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수행 여비서의 미투운동에 걸려 재판에 회부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차별, 양성평등 등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2심 재판부에 의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물론 성인지 감수성을 성범죄 판결에 반영하는 법원의 추세에 반발하는 원칙론도 만만치 않다.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존중해야 한다'는 감성적 논리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법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거짓 피해자에 의한 무고한 가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반박은 타당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우리 사회가 성인지 감수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만은 확실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성폭력에 관대했던 의식과 관행이 무너지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과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 공무원 4명과 인천도시공사 직원 7명이 회식후 집단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성매매는 성인지 감수성 지표 중 최악이다. 성인지 감수성을 정책으로 실현해야 할 공무원, 지방공기업 직원들이 집단 성매매를 했다니 충격적이다. 더군다나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을 비롯해 버닝썬 사태 등 과거와 현재의 성추문 사건으로 시끄럽고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당부한 마당에 이런 짓을 벌였으니, 세상과 담 쌓은 공직사회의 이면이 너무 추악하다.

이들이 자기 돈으로 이런 짓을 벌일 리 없다. 수백만원의 회식비와 성매매 비용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궁금하다.

/윤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