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지난사건들 다르게 기억되곤 하지만
근본적 사실은 물처럼 변하지 않아
치유·화해·용서로 희망의 5월 되길

지난 토요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느덧 39회째를 맞이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픈 사건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지울 수 없기에 더욱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는 1980년 5월 18일에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광주사태'라 기록하고 있다. 마치 지록위마(指鹿爲馬) 격이다. 사슴을 말이라 주장하고 스스로 영웅시한다. 중국 진나라 때 환관 조고가 지록위마를 계기로 그의 권력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영원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거짓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최근 김용장 전 주한미군 정보요원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980년 5월 21일 낮 12시를 전후로 K57(광주 제1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숨 가빴던 당시 오월의 기록이 김현경(예비역 육군중령)씨로부터 세상으로 나왔다. 당시 20살이었던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김현경 학생은 시민군으로 도청에서의 열흘 동안의 체험을 기록한 대학노트를 공개했다. 잘못된 기록은 지우개로 지우고 진실된 기록들은 지워지지 않는 연필로 다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오월에는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한다. 평생을 불굴의 의지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투쟁 같은 삶을 살다 2009년 5월 23일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서거 10주기를 맞이하는 우리는 정치적 측면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다른 시점으로 다가간 기록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영화 '물의 기억'(진재운 감독)이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온 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실천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거짓말처럼 생태계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물은 모든 걸 기억한다. 그가 꿈꾸었던 '생명농법'을 중심으로 물이 주는 생명력과 순화, 자연의 기적을 동물과 식물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담아냈다고 진재운 감독은 말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해보게 하는 다른 시점의 기록이다.
스페인의 비교종교철학교수이자 신부였던 라이몬 파니카(Raimon Panikkar. 1918~2010)는 물을 모든 것의 기원으로 보면서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물이 비록 오염되어 변형된 것 같아 보일지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봉하마을 생태농법에서 10년 사이 다시 살아난 물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지면(라이몬 파니카 원작, 엔스 키스텔 브랑코 지음/권혁주 옮김/한울림어림)'그림책에서 라이몬 파니카는 말한다.
'물은 살아 있어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습을 바꾸어도 물은 언제나 물이에요'.
우리들의 기억에 존재했던 지나온 사건들이 사실과 다르게 기억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본연의 사실은 물처럼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능사는 아니다. 진실된 규명으로 서로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물이 다시 살아나듯이 상생(相生)해야 할 것이다. 치유, 화해, 용서의 꽃을 피워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하겠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또다시 5월이 찾아온다. 다시 찾아오는 5월은 아픔의 오월이 아니라 희망의 오월이 되길 바란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