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주 한국인·후손들 삶 소개
국내 정착 과정 등 어려움 토로
고국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이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동포'가 아닌 '외국인'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이었다. 고려인들이 고국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주민들과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러시아에서 살던 고려인 2세 조태수(63)씨는 지난해 1월 아내, 손주 2명과 함께 아들과 딸이 있는 인천 연수구에 정착했다. 아들, 딸은 조씨 부부가 한국에 오기 1년 전 연수구 함박마을에 자리 잡았다.
러시아에서 생활했을 때 조씨는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인이었다. 아무도 조씨를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도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고국에서는 그를 러시아인으로 대했다.
조씨는 "할아버지, 아버지가 그리워하던 고국에서 살기 위해 가족들을 데리고 왔는데 이웃들은 우리를 동포로 봐주지 않았다"며 "동포가 아니라 돈을 벌러 온 외국인으로 대하는 것이 안타깝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농업 이민, 항일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러시아 및 구소련 지역에 이주한 한국인과 그 후손이다.
인천 연수구에는 6천여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70% 이상이 함박마을에 터를 잡았다. 조씨가 느끼고 있는 것은 고국에 정착한 고려인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23일 연수구 청학문화센터에서 열린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고려인 독립운동 역사콘서트'에서 조태수씨는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삶을 들려줬다.
최정학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연해주를 중심으로 활동한 고려인의 독립운동사, 강제이주 과정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고려인 독립운동 기념비 건립국민추진위가 주최하고 인천 고려인문화원 등이 주관한 고려인 독립운동 역사콘서트는 한국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삶과 역사를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