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사람은 임을 가졌으나
임은
구름과 장미되어 오는 것
눈뜨면 물 위에 구름을 담아보곤
밤엔 뜰 장미와
마주앉아 울었노니
참으로 뉘가 보았으랴?
하염없는 날일수록
하늘만 하였지만
임은
구름과 장미되어 오는 것
김춘수(1922~2004)
그러나 잠시 머물다 가는 구름과 장미는 구름에 물을 담고 있듯이, 장미에 가시를 품고 있듯이 당신을 울리고는 한다. 당신의 임이 하염없이 그리운 날은 한없이 흘러가는 구름도 꽃망울이 활짝 핀 수천, 수만 송이 장미도 임이 되는 것.
임은 그 크기와 부피를 알 수 없는 하늘만큼 커지고 구름처럼 와서 장미처럼 오그라든 입을 벌리고 울다가 웃다가 봉합할 수 없는, 흉터를 매만지고는 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