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인삼 안맞으면 황기로 대체
오미자는 찬물에 우려내서 사용
무더위에 준비해 간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친구 중 한 명이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이른바 '얼린 냉커피'. 그러나 시원함도 잠시, 뜨거운 햇볕에 냉커피의 냉기가 맥없이 녹아내렸다. 역시 더운 날에는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후회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때 가방 속 '얼린 생맥산'이 생각났고, 친구들과 음료를 나눠 마셨다.
냉커피와는 다르게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주는 '생맥산'이 주는 시원한 맛에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같은 반응은 당연했다. '생맥산'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선조들의 영양 음료다. 맥문동, 인삼, 오미자가 주성분이며 감초나 꿀 등으로 단맛을 맞춰 만든다. 한방차로서 따뜻하게 마셔도, 얼음을 넣어서 차게 마셔도 좋다.
동의보감에서는 '생맥산'을 '사람의 기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생맥산'에 들어가는 약재에는 맛이 달고 원기를 잘 보하는 인삼,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폐를 보하는 맥문동, 간을 보호하고 해독작용에 강한 오미자, 급하게 체내 혈당량을 보충해 세포들의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꿀 등이 있다.
들어가는 약재 하나하나가 비싸 과거에는 정승, 판서의 대갓집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지 않게 '생맥산'을 집에서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물 1.5ℓ에 인삼과 맥문동을 각각 20g정도씩 넣어서 약 1시간30분~2시간을 끓여준다. 이때 약효 성분이 추출되면서 물이 졸아드는데, 중요한 건 최종 물량을 1ℓ정도가 되게 하는 것이 좋다. 간혹 환자들에게 "인삼이 체질에 안 맞다고 하던데, '생맥산'을 먹지 못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당연히 인삼이 체질에 안 맞으면 인삼만 달인 물을 마실 순 없다. 하지만 '생맥산'은 인삼으로 나타날 수 있는 체질적 부작용을 맥문동과 오미자가 조화롭게 해소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인삼의 좋은 점만 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삼이 걱정되면, 인삼 대신 황기를 넣으면 된다.
약재를 끓일 때 오미자는 빼는 것이 좋다. 오미자는 끓이면 약효도 약효지만, 약맛이 텁텁하고, 시큼 해지기 때문에 차나 음료보다 '한약'처럼 된다. 물론 한약을 달일 때는 끓여서 먹어도 되지만 차나 음료로 마실 때는 끓이지 않는다.
오미자는 20g 정도를 찬물 500㎖에 담가둔다. 이렇게 10시간 정도 담가두면, 오미자의 유효성분이 빨갛게 찬물에 잘 우러나온다. 오미자물은 끓여두었던 인삼, 맥문동 달인 물과 함께 섞는다.
이 물은 다시 데워서 차로 마셔도 되고, 냉장고에 두었다가 찬 음료로 마셔도 된다. 이때 기호에 따라 꿀, 감초나 대추 달인 물로 단맛의 양을 조절해서 넣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올해는 5월인데도 유난히 날이 덥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가 걱정된다면 '생맥산'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김제명 경기도한의사협회 홍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