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론 공식언급 혐오 강화시켜
발표의 일방적 피해자는 또 이주민
선입견 교정·불평등구조 개선 먼저
인종차별·철폐사이 중립 존재 못해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다문화가족은 물론 이주민 전체를 차별하고 분리를 강화시킨다는 지적을 꾸준하게 해왔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일면, 그동안 이어져왔던 비판을 뒤늦게나마 수용하고 이를 교정하려는 바람직한 시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소위 '균형' 잡힌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 필요성 논의는 매우 부적절하며,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주민들을 낙인찍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이주민과 한국인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갈등을 조장해온 것은 이번 보도 자료에서도 밝혔듯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사과나 언급 없이, 그동안 다문화가족에게 너무 과한 지원을 해서 역차별 논쟁까지 있다고만 밝히는 것은, 바로 이런 잘못된 정책을 요구한 적도 없는 다문화가족에게 또 한 번 모든 비난을 전가하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가 국민들이 역차별로 느낀다며 제시한 사례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청와대에 올라온 청원 글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입니다. 한국의 외국인정책 여러 부문에 문제점 고쳐주세요."('18.8.14. 종료, 참여 인원 75,051명)를 제외하면, "자국민 역차별금지법을 만들어주세요", "정부와 인권위는 국민역차별법 폐지하라", "국민 역차별 혜택 폐지해 주세요" 등은 사실, 그 동의가 수백에 불과했다.
이런 청원 글이 정부의 주장대로 전반적인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반대로 혐오 차별 세력을 제발 규제하고 처벌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그동안의 요구에는 왜 이런 대규모의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차별 이런 단어가 언급된 사례만을 나열하며 역차별 논쟁이 마치 국민들의 전반적 여론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 하는 것이야 말로 정부가 혐오차별 세력에 동조하여 차별과 혐오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정부에서 말하는 소위 '균형'이라는 것이, 이주민과 난민을 혐오하는 일부 극우적 혐오 세력과 이주민 인권 사이에서의 '균형'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다문화가족이라는 행정편의적인 용어 사용으로 구분과 배제의 씨앗을 심어왔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대책으로 결혼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상정하고 정책의 대상으로만 존재하게 만들어 왔다. 그리고 이제, 극우적 혐오세력의 발호가 이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균형'이라는 마치 양극단을 중재하고 달래는 듯한 인상의 단어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이주민을 그동안 너무나 많은 혜택을 염치없이 받아온 당사자로 지목하고, 혐오차별 세력의 주장은 매우 근거 있는 국민의 목소리로 둔갑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의 일방적인 피해자는 또다시 이주민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일부 혐오차별 세력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진정한 균형 잡힌 정책이 되려면, 첫째,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많이 받아 간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던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교정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하며, 둘째, 이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혐오차별세력을 규제 처벌하고 이를 넘어 다양성 증진을 통해 사회 전체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종합적으로 함께 논의되어야만 한다.
'균형'은 사회 구성원 간에 어떤 기계적 지점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다. 인종차별 조장과 철폐 사이에 중립이나 균형이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다.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