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기술로 AI·빅데이터등
삶의 근본부터 변혁 시키고 있지만
노동·행정은 아날로그시대에 멈춰
현실서 원하는 일자리·경제살리기
자치단체장들 비전 제시 실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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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디텔. 과연 그것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한때 지역정보통신망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정보통신의 선두주자였다. 1993년 재단법인의 인가 책임을 맡아 서울 광화문을 수십 차례 오갔다. 당시 인하대 배해영 외 14명의 교수와 조우성 부장, 안길원 회장과 지용택 이사장, 인디텔과 인하대 전산소 직원, 경기은행과 인천상공회의소, 인천시와 교육청 등의 헌신적 노력과 후원이 그립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달리 인디텔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인천 송도가 바이오의 메카로 떠오르는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만약 그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절제된 욕심,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 사업의 타이밍을 결정하는 판단력이 있었다면. 인디텔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현미 장관이 '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인디텔을 다시 생각한다. 유선의 시대에 기반을 둔 인디텔. 무선과 우주공간을 활용한 기술이 그렇게 빨리 도래할 줄 몰랐다. 유선 네트워크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인디텔은 인터넷과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완패를 당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기존 택시나 자동차의 세상 또한 인디텔과 같은 숙명을 예감케 한다. 자율자동차와 공유차량의 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택시를 지켜야 하는 운전자들과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세계적 차원의 자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산업혁명시대의 기계화와 노동의 대립이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도 노동보다 기술과 자본의 우위성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거대 자본과 기술들은 AI와 빅데이터 등을 토대로 우리들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변혁시키고 있다. 자율자동차의 시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드론은 전쟁 현장을 누비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전쟁을 수행하는 현실이 영화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킬러 로봇을 중지하라는 세계적 차원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최근 UN 재래식 무기회의에서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책임의 원천으로서 치명적인 AI 시스템과 로봇 군인의 전장에서의 행동들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의 백악관 과학기술국도 EU집행위원회도 공정성, 책임성, 사회정의 차원에서 AI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과 인공 지능 시스템에 대해 전자 인격을 부여하려는 EU 의회의 제안을 따라야 하는가. 전자 인격을 통해 로봇에게 도덕적 책임, 인과 관계 책임,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인간들이 AI와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은 아닌가.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결과들이 우리 삶에 던지는 화두들이다.

그러나 '타다'를 둘러싼 갈등에서 보다시피 우리들의 노동과 행정 현장은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고 있다. 민선 7기가 출범한지 1주년이 되고 있지만 행정은 공약에 고착되어 있다. 최저임금과 김영란법으로 상징되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는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이 넘쳐난다. 기업, 자영업자, 학생, 노동자, 은퇴자 모두가 불만이다. 삶의 현장은 일부 교수들의 섣부른 이론이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시험하는 곳이 아니라는 분노가 넘실댄다.

이제 필요하다면 공약을 과감히 버리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들을 구사해야 한다. 시장이나 구청장과 군수는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다. 선출직에게 '공무원 같다'는 표현은 부정적 평가의 대명사이다. 규정만을 들어 재량권을 포기하거나 감사를 걱정하는 공무원들에게 휘둘려서는 안된다.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에게는 행정을 넘어 정치적 결단과 각종 수단을 동원하라는 시민의 명령이 담겨있다.

공약은 마지노선이 아니라 시민들에 대한 약속의 출발점이다. 왜 지금 새로운 희망 플랜이 필요한지. 기업인 마인드로 시민들의 요구와 삶을 되돌아보라. 정책의 집행결과 파생되는 경제적 이익과 특혜 논란을 두려워 마라. 경제가 없다면 삶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과 기업의 요구가 바로 일자리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과감한 비전제시와 적극적인 실천이 시급하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