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사진
일제강점기 인천송현초 교사였던 와카타니 노리코씨 가족이 1941년 찍은 사진. 당시 인천 부평에서 찍은 사진으로, 윗줄 왼쪽 여성이 당시 노리코씨다. /와카타니 마사키씨 제공·식민지역사박물관 소장

전범사 '후지코시' 대표지역 동원
아흔넘은 당시 담임 "미안한 일 해
피해자 찾아 자료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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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전 일제강점기 인천송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일본으로 강제 동원 보냈던 일본인 교사의 가족들이 당시 피해자들을 찾고 싶다고 나섰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에는 일제강점기 인천송현공립국민학교(현 인천송현초)에서 일본에 강제 동원됐던 학생들의 단체 사진이 있다.

1944년 9월 일부 여학생들이 일본 동원을 앞두고 찍은 졸업식 겸 환송회 사진이다. 사진에는 교장과 여성 담임교사, 학생 62명이 있다.

가장 앞줄의 여학생 7명은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검은 계열의 긴 소매, 긴 바지를 입은 채 하얀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장 등을 토대로 봤을 때 이 7명이 강제 동원 피해자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일본 도야마현(富山縣)으로 동원됐다고 한다.

도야마현은 전범 기업인 '후지코시'사가 조선인 노동력을 착취했던 대표 지역이다.

일본인 교사
일본인 교사 와카타니 노리코씨가 당시 학생들과 찍은 사진. 노리코씨는 가장 왼쪽의 학생이 당시 학급 반장, 중앙에 있는 학생이 일본 강제동원된 학생이라고 한다. /와카타니 마사키씨 제공·식민지역사박물관 소장

사진은 당시 담임교사였던 일본인 와카타니 노리코(94·여)씨의 가족이 기증한 자료다. 이들은 당시 피해 학생들을 찾아 자료를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사진을 전달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교원 생활을 했던 일본인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기록을 평생 간직하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 꺼내 든 것이다.

지난달 29일 아흔이 넘어 거동이 불편한 노리코씨를 대신해 그의 아들인 와카타니 마사키(70)씨를 일본 도쿄에서 만났다. 마사키씨는 역사의 실마리를 동원 당사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사키씨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피해 현장에서 일본인 할머니들이 임시 거처를 두고 '1940년대 도쿄에서 일했던 공장 기숙사 같다'고 했는데, 이 얘기를 어머니께 전했다.

그때 어머니가 '나도 조선에서 학생들을 일본으로 보낸 적이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학생 동원에 대한 얘기는 그때 처음 들었다. 어머니가 직접 '못된 짓을 했다'고 언급하시진 않았지만, '미안한 일을 했다'는 뉘앙스로 계속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노리코씨는 1944년, 만 19세의 나이에 인천송현공립국민학교 6학년 담임을 맡았다. 당시 6학년 학급은 남학생, 여학생 학급으로 나뉘어 2개 반이 있었는데, 노리코씨가 여학생반을 맡았다.

마사키씨는 "어머니가 처음 부임해 맡은 학생들이라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인천 지역은 전투가 많았던 지역으로 알고 있어 많은 자료가 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들을 찾아 역사의 실마리인 이 자료를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도쿄/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