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 복지예산 부족 심각
사업비 대부분 중앙과 공동분담
'매칭 방식'으로 부담 '눈덩이'
증세·국가보조율 상향 등 통해
중앙-지방간 재원조정 '시급'

염태영 수원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지난 1월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이 "과도한 복지예산 부담으로 기초지자체 재정이 파탄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국비 보조율을 높여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 화제가 됐었다. 최일선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자치단체장으로서 정 구청장의 고충 하나하나가 가슴 절절하게 다가왔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 구청장의 요청이 타당하니 개선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 뒤로 바뀌었을까?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하다. 오히려 복지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기초자치단체에 예산 부담 떠넘기기는 줄지 않고 있다.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도 추경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31개 시·군은 고교무상급식과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등 경기도-31개 시·군간 예산 분담비율을 최소한 5 대 5 비율로 조정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보조율은 3 대 7로 결정되었다. 경기도가 각 사업예산의 30%, 시·군이 70%를 부담하는 것이다.

고교무상급식은, 안전한 먹거리 제공과 보편적 복지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다. 다만 '고등학교의 설치, 운영, 지도'의 사무가 서울시나 경기도, 광역시를 뜻하는 '시·도'의 사무인데, 서울시와 인천시의 경우 고교무상급식 사업에 대한 분담비율은 60% 이상이다. 31개 시·군은 서울시와 인천광역시의 분담률을 들며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경기도 지방보조금 관리조례시행규칙'을 근거로 도비 분담률 30%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을 신규사업으로 추경예산에 포함, 도비 30% 분담률을 고수하고 있다. 다수의 시·군이 이와 관련된 유사사업을 이미 진행 중에 있다. 본 사업을 경기도가 추경으로 편성할 만큼 시급성을 요하는지, 이해관계에 의한 '예산 끼워넣기'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버거운 복지예산 부담은 수원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사회복지 지출로 직원 인건비도 감당 못할 정도며, 공공질서 안전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곳도 있을 만큼 기초지자체 예산 부족은 심각하다. 이 같은 위기감에는 복지사업의 대부분이 중앙과 기초지자체가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매칭' 방식에서 기인한다. 국가의 복지지출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초지자체의 부담도 덩달아 커진다. 중앙정부와 경기도와 같은 광역 지자체는 "복지 확대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덤터기는 우리가 쓴다"는 기초지자체의 불만을 새겨들어야 한다.

늘어나는 복지비 예산을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지 정하고, 더 늦기 전에 폭증하는 기초지자체 예산 부담을 줄여야 한다. 증세, 국고보조율 상향조정, 지방 소비세율 인상 등을 통해 중앙-지방 간 재원 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국비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예산 분담 비율 조정과 조달 방안을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재정 분권을 통해 기초지자체의 자치능력 향상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가 기초지자체 재정에 영향을 주는 사업을 진행할 때는 중앙과 지방대표자들이 모여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정책 사항의 사전보고 및 사전협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제2, 제3의 부산 북구청장 편지'를 받지 않으려면 복지비 부담에 따른 정부의 재정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오죽하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복지대타협특위를 구성해 지자체 스스로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을까? 기초지자체의 곳간이 거덜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복지 디폴트' 즉 지급불능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복지사업의 새판짜기에 나서자. 더 늦기 전에.

/염태영 수원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