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규모까지 몰라 수준 '열악'
피해자들 아흔살 고령 추정 '시급'
"꼭 찾아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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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은 일제강점기 초등학생들이 일본 등지로 끌려가 강제 노동에 동원된 역사가 있지만, 극소수의 연구자만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기초적인 기록과 자료가 부족하고, 연구성과를 내기에도 역부족이다.

당시 학생들을 보냈던 일본인 교사가 제자들을 찾아 나선 일을 계기로 인천지역 근로정신대 관련 연구를 본격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44년 9월 인천송현초등학교 여교사인 와카타니 노리코(94·여)씨 학급에서는 모두 7명의 여학생이 일본 도야마현(富山縣) 군수업체 '후지코시' 공장으로 강제 동원됐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인천송현초 학생들처럼 1944~1945년 사이 일본으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 여성은 모두 1천600여 명이다.

후지코시에 1천여명, 미쓰비시, 도쿄아사이토방적에 각각 300여명이 간 것으로 추정된다. 동원 학생 대부분은 14~15세의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다고 한다. 송현초 동원 학생 중에는 16세도 있었다는 게 노리코씨 증언이다.

인천지역 여학생 강제 동원 관련 연구는 열악한 수준이다. 당시 경기도에 속했던 인천에서 동원된 학생들은 대부분 후지코시 공장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동원 규모가 조사되지 않았다. 노리코씨가 담임교사를 맡아 학생들을 일본으로 보냈던 송현초는 동원 사실조차 몰랐다.

송현초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이 강제 동원됐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고, 일제강점기 학적부 등 해방 이전 기록은 모두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다"며 "앞으로 학교 자체 교육과정위원회 협의를 거쳐 이를 학생 교육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리코씨의 고백'을 계기로 인천지역의 근로정신대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 당사자인 송현초 학생들도 현재 아흔에 가까운 고령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정부에서 의료지원금을 받은 전국 국외 강제 동원 피해 여성은 167명으로, 이 가운데 인천에는 5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에 한해 매년 지원금을 지급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인천에는 5명의 강제동원 여성이 생존해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일본에서 만난 노리코씨의 아들 와카타니 마사키(70)씨는 "어머니는 일본에 갔던 학생 모두가 해방 후 조선으로 돌아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생존자 중 이들 가족이 찾는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일제강점기 학생 강제동원 관련 연구를 해온 이상의 인천대 교수는 "직접 학생을 보냈던 일본인 여교사가 학생을 찾는다는 것은 흔치 않은, 매우 중요한 기회"라며 "당시 학생들을 반드시 찾아 서로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인천지역의 연구를 본격화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