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시장 대전환 '일자리 충격'
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 매우 커
기업, R&D투자 기술경쟁력 확보
기계산업 탈피·中 거래 확대해야
정부, 금융등 다양한 지원정책 필요


경제전망대 이세광2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자동차에서 엔진이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운전대도, 운전면허증도 필요 없어진다. 눈앞으로 바짝 다가온 친환경 미래자동차 얘기이다. 전기차에는 엔진, 자율주행차에는 운전대가 없어진다. 부품수의 34%가 사라진다. 자동차의 가치는 운전하고 이동하는 수단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는 '커다란 IT디바이스(장치)'처럼 바뀌고, 그 안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이동하는 생활공간'으로 변화되며 환경오염과 교통사고의 위험을 줄여주고 더욱 편하고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자율주행·공유라는 핵심변화를 중심으로 '탈 기계화 및 ICT화'라는 심각하고 전방위적인 패러다임의 대변혁기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가 발명되니 마차산업이 하루아침에 거덜 나게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산업의 위상은 제조업 출하, 부가가치, 수출, 고용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은 엔진, 클러치, 변속기, 전장부품 등 자동차를 구성하는 2만여개의 부품을 제조하는 종합기계산업이며 산업의 꽃이다. 이 중요한 산업이 지금 중대한 변환기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 그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만의 불안과 공포가 우리 모두의 걱정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세계경기 위축과 친환경·미래자동차로의 전환기에 직면한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2011년 465만대 생산을 정점으로 2015년 이후 연속 3년 감소하여 2018년 403만대 생산에 그쳤다. 그 결과 자동차생산량으로 세계 5위의 자리를 며칠 전에는 멕시코에 내줘 세계 7위 자리로 밀려나고 말았다. 더욱 힘든 것은 일자리 문제이다. 자동차산업에서 5년 내에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모건스탠리의 우울한 전망이다. 도요타, GM,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TOP 완성차 기업의 인력구조조정이 부품제조업 생태계로 전이되어 2024년 대량해고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으로의 대전환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공급사슬에 일자리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폭포수와 같다.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특성은 첫째, 기업규모의 영세성으로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담당할 독자적 기술이나 자본 축적이 어렵다. 둘째, 완성차에 대한 의존도(종속성)가 매우 높다. 중소기업 위주의 부품사들은 대기업 위주의 완성차기업에 사업구조와 재무적 측면에서 종속되어 있으며, 수직계열화(전속거래)된 사업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이 구조는 부품업체에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해 주지만 부품사 자체 경쟁력 향상 유인의 감소와 납품단가 인하 압력, 완성차 부진 시에 동반 부진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셋째, 기술경쟁력의 한계이다. 고급차 및 미래형자동차 분야에서 글로벌 부품사에 비해 기술 수준이 현저히 낮다.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나타내는 연구개발집약도는 1% 미만으로 국내 산업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내 빅6 부품사의 경우도 1% 중반 수준으로 글로벌 부품사의 5~6%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이 낮아 연구개발 투자여력이 없는 것이다. 1만여 개를 넘는 국내 자동차부품사들 중에서 부정적 영역 부품군에 속하는 기업수가 28%인 3천여 개에 달한다. 엔진부품, 동력전달장치, 내연기관용 전장품제조사가 그들이다.

당장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우선 기술경쟁력 화보를 위한 R&D투자는 물론 M&A, 신사업 투자 등 전략방향의 다변화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완성차업체를 매출처로 확보하여 미래형차의 초기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둘째로 유연하고 빠른 구조로의 전환이다. 현재는 기계산업위주의 폐쇄적 공급망을 가지고 있지만 IT관련 통신서비스 및 콘텐츠제작사 등의 참여가 기존 공급망의 균열을 가져와 수평적 관계 형성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로 중국의 성장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중국의 자동차 기술은 5년 내 한국의 95%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불안하지만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완성차업체와의 거래 확대를 추진하여 거래처 다변화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되는 부품기업의 성장을 위해 R&D지원 등 다양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업리스크를 부담해주는 과감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용기와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이세광 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