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교수 장학금 사용처 확인 지시"
증거 자료로 단톡방 캡처본 공개
금품수수·채용비리 신규 녹취도
학생들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일"
한신대학교에서 대학본부가 특정 교수의 비위 사실을 캐내기 위해 일반 학생들까지 '뒷조사' 작업에 동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강호 전 한신대 총장 비서실장은 5일 오후 3시 본교 장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규홍 총장의 지시로 신학부 A 교수의 뒷조사를 했고, 이 과정에서 학부 학생과 조교를 통해 내부정보를 입수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2017년 말 신학부 87학번 선배들이 장학금 500만원을 냈는데, 당시 신학부장이었던 A 교수가 지정장학금 몫이었던 200만원만 학교에 신고했다"며 "연 총장이 나머지 300만원의 사용처를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은 "이후 A 교수의 비위 사실을 캐기 위해 뒷조사를 시작했고, A 교수가 '영성 세미나'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300만원의 장학금은 영성 세미나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참가비로 지원해준 것이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건 이 같은 사실을 알아낸 수법이다.
그는 "(장학금 집행을 결정하는) 신학부 장학위원회 안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 정당하게 집행됐는지 당시 학부 조교와 학생을 통해서 내부 내용에 대해 사찰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김 전 실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당시 학생·조교들에게 받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캡처본을 공개했다. 이는 해당 채팅방에 초대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정보다.
이밖에 김 전 실장은 ▲금품수수·채용비리 의혹 추가 녹취 공개 ▲보직교수 사찰 방식 ▲직원 뒷조사 행위 ▲이사회 대응 문건 등 연 총장의 다른 비위·지시사항에 대해서도 함께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학생은 "반대세력 측 인물을 포섭해 정보를 얻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이뤄졌을 법한 첩보 행위가 연 총장 취임 이후 버젓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자료들을 아직 확인하지 못해 추후 대응방안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7년 10월부터 7개월여간 연 총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전 실장의 최근 '사찰 지시' 폭로(6월 4일자 7면 보도)로 학내·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 총장은 앞선 3일 '총장 담화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제 머리 속에는 사찰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김태성·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