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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44년 9월, 인천송현공립국민학교(현 인천송현초) 6학년 여학생들이 일본 강제 동원을 앞두고 찍은 사진. 담임 교사였던 와카타니 노리코(94·여·맨 앞줄 왼쪽에서 7번째)와 교장(맨 앞줄 왼쪽에서 8번째) 옆으로 검은 계열의 옷을 입은 7명의 학생이 일본에 강제 동원된 학생들이라고 한다. 사진 뒷면에는 '소화 19년(1944년) 9월, 인천송현국민학교 제1회 졸업 기념 촬영 / 정신대원 7명의 환송회'라는 내용의 한자가 수기로 적혀 있다. /와카타니 마사키 제공·식민지역사박물관 소장

日교사, 제자들에 사진 전달 '희망'
민족문제연구소 다양한 경로 수소문
역사 자료등 미비… 행방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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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자신이 가르치던 인천송현초등학교 학생들을 일본으로 강제동원 보냈다는 일본인 여교사가 75년 만에 제자들을 찾아 나섰지만, 그 흔적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인천지역 초등학생 근로정신대 동원과 관련한 기초적인 자료 수집과 연구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인 여교사 와카타니 노리코(94·여)씨 가족은 2016년 일본 시민단체인 '한국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을 통해 자신의 제자였던 강제동원 피해 학생들을 찾아 사진 등 자료를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모임은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서울 용산구의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을 후원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만든 시민단체다.

노리코씨의 아들인 와카타니 마사키(70)씨는 어머니가 간직한 송현초 사진 속 학생들을 찾을 방법을 생각하던 중 평소 친분이 있던 이 단체 관계자에게 문의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마사키씨는 "어머니가 평생 간직한 사진을 당사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자료를 소장하고, 당시 학생들을 찾아 사본이라도 제공해 어머니의 바람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노리코씨 가족의 바람은 제자리에서만 맴돌고 있다. 박물관 운영을 주도하는 민족문제연구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진 속 당사자를 찾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인천지역의 여성 노동 강제동원인 근로정신대 역사와 관련한 기록이나 자료 발굴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학적부 같은 개인정보는 당사자가 아니면 열람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리코씨가 간직하던 사진과 자료들은 지난해 8월 식민지역사박물관 개관 때부터 전시되고 있다. 박물관은 최근 경인일보 취재진과 일본 도쿄를 방문해 노리코씨 가족으로부터 자료 5점을 추가로 전달받았다. 사진 속 송현초 학생들의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노기 카오리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천지역의 근로정신대 연구자료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진 속 인물들이 누군지 알 수 없어 직접 접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박물관에도 자료를 전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인천송현초등학교 주변 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이 소식을 접하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언론인 경인일보와 함께 노리코씨 가족을 만난 것도 이 소식을 널리 알려 송현초 학생들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했다.

도쿄/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