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 탈피 누적학점 졸업제도
설문조사서 '상담 프로그램' 요구
부천 부명고 ' 미술 집중반' 구성
주문형 강좌 심리학 개설 등 눈길

입시 위주의 줄세우기 경쟁은 우리 교육의 약점이다.
오랫동안 모두가 대학입시 경쟁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아왔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대학입시가 이룩한 성공신화는 아직 사회 안에서 유효했고 그에 따른 믿음 또한 쉽게 깨지지 않아서다.
내신 평가를 기반으로 한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등 줄세우기 경쟁을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입시제도가 도입됐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제도가 학생의 부담을 가중하고 빈부에 따른 교육격차만 늘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학생 스스로 교과목을 선택하고 배운 뒤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대학입시라는 획일적인 목표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진로와 적성을 고민하고 맞춤형 교육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경기도교육청은 한발 앞서 2022년에 경기도 전체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한다. 2021년까지 연구학교와 선도학교 124개를 운영해 제도를 개선하고 우수 운영모델을 개발·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1년간 연구학교 및 선도학교로 지정돼 고교학점제를 선행해 온 실제 운영사례를 통해 고교학점제를 알아본다.

■ 고교학점제 선행에 필요한 과정
수원 고색고등학교는 가장 먼저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86%가 넘는 학생과 학부모는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고교학점제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교사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및 운영 다양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특히 학생들은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데 있어 상담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뚜렷했는데 그 중에서도 '진로특성 유형에 따른 상담' '진로에 맞는 과목선택 상담' 프로그램 운영을 원했다.
이는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초점을 맞춘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과목 선택과 설계를 조언해 줄 상담프로그램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고색고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과별 강의 요점 및 교과과정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학생 개인별 '교육과정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업설계를 지원했다.
특히 축제 형식의 '교육과정박람회'를 운영, 2·3학년 선택과목에 대한 각 교과별 부장교사가 과목을 안내하고 학생 개개인의 진로에 따라 모의 과목 수강신청을 시행하고 개별 컨설팅도 실시했다.
또 학생들의 과목 개설요구가 많았던 과목과 교사 수급 및 반편성의 어려움으로 개설이 어려웠던 과목 등 '주문형 강좌'를 신규 개설해 운영하고 인근 지역 학교 간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연계해 교육과정을 다양화시켰다.
이에 따른 학생 만족도 조사는 모든 항목에서 90% 넘는 만족도를 보였다.
■ 일반고에서도 특성화교육 가능
선도학교로 선정된 부천의 부명고등학교는 '미술분야'에 방점을 둔 고교학점제를 시행했다. 이는 특정분야에 소질이 있는 일반고 학생이 학교 안에서 특성화 교육을 받는 교과중점과정이다.
부명고는 2개의 디자인실과 소묘실을 중심으로 미술집중반을 구성하고 선택과목에 '드로잉/평면조형' '디자인·공예/미술이론' '미술전공실기' 등을 넣어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또 교육과정 클러스터로 '사회과제 연구 및 화학실험'을 개설하고 주문형 강좌로 '심리학'을 개설했다.
특히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했는데, 평면·입체·매체표현 등 다양한 미술 영역으로 자신을 표현하거나 다양한 브랜드 및 서비스 광고를 진행하듯 모티브에 어울리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직접하는 등 전문성을 갖춘 미술 교육을 시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작품전시실에서 미술전시 및 문화 활동과 연계한 체험활동을 운영하며 학생의 작품을 상시 전시하는 프로젝트도 운영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