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년 이상 변함없던 지구 평균기온
불과 300년도 안된 사이 1℃ 상승
인류, 핵전쟁보다 큰 위험에 직면
한국 1인당 에너지 소비, OECD 5위
많은 비용 들기 전 '재생' 투자해야


이명호 칼럼1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며칠째 맑고 청명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찬 기온과 바람이 만든 파란 하늘과 구름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은 것 같다. 미세먼지(오염공기) 속에 마스크를 쓴 표정없던 사람들이 같은 사람들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맑은 날이 주는 공짜 행복이다. 아니 지구가 주는 공짜 행복이다. 지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 공기, 물, 땅…. 원래 지구의 것인데 땅은 공짜가 아닌 누군가의 소유가 되었다. 물도 더 이상 공짜가 아니고 사야 한다. 아직 공기는 공짜다. 그런데 땅과 물과 같이 공기도 공짜가 아닌 날이 올 것이다. 사실 지금도 맑은 공기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맑은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내가 직접 지불하지는 않지만, 인류 전체가 지불하고 있다.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한 공기 오염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비용이다.

현재 지구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 온도가 1℃ 올라갔다. 작년 인천에서 열렸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에서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040년에 1.5℃ 상승할 것이고 2℃ 이상 상승하면 지구가 위험하니 상승을 1.5℃로 제한하자는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얼마 전 호주의 과학자들은 30년 뒤인 오는 2050년에는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도시가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으로 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뭄, 해수면 상승, 식량·물 부족, 아마존 열대우림과 북극 빙하 등 생태계 파괴로 수십억 명의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찜통 지구(Hothouse Earth) 효과로 지구 면적의 35%, 전 세계 인구 55%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 해안도시가 범람할 것으로 전망했다. 찜통 지구란 지구가 그동안 흡수해왔던 온실가스를 방출하면서 기온이 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인류는 핵 전쟁보다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과학자들이 이렇게 위험을 경고해도 우리는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데 있다. 1~2℃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인 1750년대의 지구 평균기온은 14℃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온도는 무려 1만년 이상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불과 300년도 안된 사이에 1℃, 무려 7% 이상이 상승한 것이다. 우리 체온이 7% 이상 오르면 위급한 상황이다. 더 오르면 사망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지구는 괜찮을 거야'라고 안심할 것인가?

지구 온난화의 1차 요인은 화석연료이고, 2차 요인은 주로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이산화탄소(CO2)다. CO2는 100개의 공기 분자 중에 1개만 있어도 지구 평균기온이 100℃에 도달할 정도로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산업혁명 이전 대기 중 CO2 농도는 280PPM을 유지했으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300년도 안되는 사이에 125PPM이 급증하여 현재 405PPM을 넘어버렸다. 현재의 CO2 농도를 과거에서 찾으려면 300만~5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그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1~2도 더 높았고, 해수면은 10~20m 더 높았다.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10년 대비 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 제로 배출이 달성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에너지 소비, 특히 화석연료 소비는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에너지를 싸게 쓰고 싶어한다. 나중에 더 크게 들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 행동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대응비용이 GDP의 1% 정도면 될 것이지만, 지금 대응을 전혀 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 중반에 기후비용이 세계 GDP의 5~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소비 국가다. OECD 국가 중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다섯 번째이고, 석탄 소비량은 2위이다. 다른 OECD 국가들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한국은 오히려 늘었다. 발전 비중에서 석탄과 원전은 72%에 달하는데, 재생에너지는 2.8%로 OECD 평균 12.2%의 4분의 1 수준이다. 파란 하늘을 유지하는데 더 큰 비용이 들기 전에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싼 에너지를 원하며 맑은 공기를 동시에 누릴 수 없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