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생 박임순 할머니 작년 별세
지원 조례제정 불구 추진사업 없어
구술작업 진행 등 광주시와 대조적
일제강점기 인천송현초등학교 일본인 여교사 와카타니 노리코(94)씨가 찾고 있는 강제 동원에 보낸 제자로 추정할 수 있는 박임순 할머니가 지난해 별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으로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나서서 인천의 강제동원 역사를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광주시와 소극적인 인천시가 대조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인천에서 일본으로 강제 동원됐던 1932년생 박임순 할머니가 지난해 8월 18일 향년 86세로 숨을 거뒀다.
박 할머니는 1945년 인천송현공립국민학교(현 인천송현초) 6학년 재학 중 만 12세의 나이로 일본 도야마현(富山縣) 후지코시 공장으로 강제 동원됐다.
강제동원 피해 학생을 찾고 있는 노리코 씨가 1944년부터 1945년까지 6학년 담임을 맡았고, 당시 학급이 남녀 1학급씩으로만 구성돼 있던 점으로 미뤄볼 때 박 할머니는 노리코 씨가 찾는 당사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박 할머니의 딸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당시 선생님이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임순 할머니처럼 인천지역의 초등학생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이 1930년대 생으로 아흔에 가까운 고령인 탓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2월 강제동원 피해자 연구사업을 지원하는 '인천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등 지원사업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사업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 관련사업 신청자가 없다는 이유다.
강제동원 역사연구에 적극적인 광주시와는 대조적이다. 광주시는 2012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조례'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제정했고, 지난해부터 시민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연간 3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체는 광주지역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구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가 전국에서 강제동원 피해자가 가장 많다고는 볼 수 없지만, 피해 당사자들이 돌아가시면 역사가 묻히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의원 발의를 통해 조례가 제정됐는데, 아직 신청자가 없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관련 업무는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인천시 자체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지 여부를 행정안전부에 문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강제동원 피해자를 연구하는 작업은 국가사무와는 관계가 없다"며 "오히려 자치단체에서 연구를 진행하면 더 많은 피해자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어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