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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물을 마실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색(無色)·무미(無味)·무취(無臭)다. 투명하고 아무 맛과 냄새가 나지 않아야 믿고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번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수돗물 '적수(赤水)' 사태는 이런 물의 3대 원칙 중 하나가 무너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별거 아닌 일로 일부 주민들이 호들갑을 떨어 일을 크게 벌였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여전히 붉은 빛이 도는데 아무리 수질이 기준치 이내라 해도 믿고 마실 주민은 없다.

물이 가득 든 잔에 우유가 몇 방울 떨어졌다 해도 먹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할 수 있지만, 희뿌옇게 흐린 물은 어딘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유해 화학물질에 일부러 색을 넣고 냄새를 입히는 이유도 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번 적수 사태는 발생 초기부터 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가 시민의 눈으로 사태를 판단하고 대응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중에서 구매해 달아 놓은 필터가 몇 분 만에 붉게 물드는 상황에서 앵무새 인양 수질 검사표만 들이댔으니 주민들이 화가 날 법도 하다.

올해는 인천에 상수도가 도입된 지 111년을 맞는 해다. 인천 상수도의 역사는 1908년 10월 송현배수지 준공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이후 한강(노량진)과 연결하는 수도관 공사가 마무리된 1910년 인천 시내에 수돗물이 통수(通水)됐다. 붉게 변했던 물은 언젠가 투명함을 되찾겠지만, 더 중요한 건 이미 나락으로 추락한 인천시 상수도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문제다.

'참'은 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을 뜻한다. 인천시 수돗물이 브랜드 이름처럼 무색·무미·무취의 '참물'이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칫하다가는 100년 넘게 쌓아올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데 더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