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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희호 여사의 빈소 모습. 이 여사는 지난 10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연합뉴스

김대중 前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오후 11시 37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7세.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前 대통령 영부인으로 격변의 시대를 함께 헤쳐갔을 뿐 아니라 민주화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로 대한민국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

이희호 여사가 이사장을 맡아온 김대중평화센터는 이날 "이 여사가 오늘 오후 11시37분 소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센터 관계자는 "여사께서는 돌아가실때 의식이 깨어있었으며, 가족들과 센터 관계자들이 성경을 읽어드리고 찬송을 부를 때 따라부르시며 편안히 소천하셨다"고 설명했다.

이희호 여사는 지난 수년간 간암 등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 3월부터는 노환까지 더해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김홍일 의원 상중이었던 지난 4월에도 상태가 악화됐지만 겹상을 피하기 위해 의료진이 조치를 취해 위기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다시 상태가 악화된 후 회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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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밤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이 여사는 그간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아 왔다. 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대표적 여성 운동가로 활동하다 1962년 고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해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다. 사진은 2008년 9월 18일 경기도 구리 한강 둔치에 만개한 코스모스 단지를 둘러본 뒤 기념 촬영을 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는 11일 새벽부터 일제히 애도를 표하고 나섰다.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SNS를 통해 "부디 영면하시고, 계신분들께서 정성을 다해 모셔주시기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라고 설명하고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 하실 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며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9주년 좌담회'에서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위대한 시대를 함께 만들어왔고, 우리는 계속 그 뜻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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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됐다. /연합뉴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통하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이희호 여사의 임종 소식을 전하면서 "저는 '사모님, 편히 가십시오. 하늘나라에서 대통령님도, 큰아들 김홍일 의원도 만나셔서 많은 말씀을 나누세요.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큰아들 김 의원을 보내시고 국립 5·18묘지 안장까지 보시고 가셨네요'라고 고별인사 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이어 "많은 생각에 슬프기보다 대통령님 내외분 두 분이, 그리고 제 아내가 그립다"라며 "모두 모두 기도해달라"고 글을 읽는 이들에게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익표 수석대변인을 통한 논평에서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큰 별을 잃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운동의 거목이었던 여성 지도자 이희호 여사의 삶을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추모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자유한국당도 민경욱 대변인을 통한 논평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려자'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이희호 여사는 민주주의를 위해 한평생을 살아왔다"며 "유가족 및 친지 분들께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국민과 함께 슬픔을 나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대변인 논평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희호 여사의 업적을 기리고 애도를 표했다.

이 같은 애도 분위기 속에 장례를 이끌 장례위원회는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와 권노갑 평화당 고문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5당 대표들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현역 의원들이 장례위원을 맡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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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유언과 장례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조문객 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이희호 여사의 조문은 공식적으로 오후 2시부터 시작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동교동계 인사들과 취재진들이 몰려와 북적였다. 오전 10시를 넘으면서는 2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를 비롯한 유가족들과 장례위원장을 맡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가 빈소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각계에서 보내 온 조화들이 속속 빈소에 도착하는 가운데 빈소 앞에는 '고인의 뜻에 따라서 조의금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졌다.

본격적으로 조문객을 받기 시작하는 오후 2시부터는 각계각층의 추모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후 2시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인사 12명이 단체 조문을 하면서 북유럽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조의를 직접 전할 예정이다. 이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단이 빈소를 찾는다. 오후 3시부터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차례로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