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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극단 십년후의 '냄비' 공연 이후 출연자들이 관객의 커튼콜에 답례하고 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인천 대표로 경연무대 펼쳐

군인·운전사·배우·기자…
정치·언론등 다양한 인물들
월드컵 보러 주점에 오는데

사회 모순·혼란 극복해야만
미래가 있음을 에둘러 표현


냄비
포스터.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인천 대표로 참가한 극단 십년후의 경연 무대가 16일 오후 4시와 7시30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졌다.

극단 십년후는 올해 연극제 무대에 한국 근대사의 사건들을 모아서 마치 잡탕 찌개처럼 끓여낸 '냄비'(김명화 작, 송용일 연출)를 올렸다.

오후 7시30분 공연에 맞춰 찾은 공연장의 무대는 찌개를 주 메뉴로 하는 주점 '냄비'로 꾸며졌다. 이 곳은 서울에서 1시간 여 정도 거리의 경기도 어느 미군 부대 근처 변두리 술집이다.

원형 식탁 5개와 의자들이 있다. 무대 좌우에는 큰 나무가 있으며, 주점의 뒤 배경에도 여러 그루의 나무가 보인다.

주점의 앞쪽 무대는 어두운 숲을 지나 주점으로 오고 가는 길로 설정됐다. 시간적 배경은 월드컵이 한창인 때이다.

등장 인물은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노인과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젊은 군인들, 변두리 극장의 연출가와 배우, 문화부 기자, 스파르타 학원 강사와 선거 후보자, 지역구 국회의원의 운전기사와 군수의 측근 등으로 다채롭다.

정치, 교육, 언론, 문화 분야를 의미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주점 '냄비'(우리 사회)에서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주점으로 향하던 여배우는 길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등장인물(혹은 그의 지인)들은 1949년 좌익세력에 대한 통제와 회유를 목적으로 조직된 국민보도연맹,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압사당했던 여중생 2명, 1987년 구로구청 부정선거 항의 점거 농성사건 등과 연관돼 있다.

작품은 현재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과 함께 수십 년이 지났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주점에서 나누는 대화로 불러낸다. 이 또한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이벤트에 묻힐 수 있는 상황이다.

작품은 작은 사건들이 모여서 큰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술을 마시며 월드컵을 보기 위해 주점을 찾았다가 떠든다고 핀잔을 듣고 쫓겨난 젊은 군인 중 한 명은 복수를 한다며 총을 갖고 주점으로 다시 온다. 그는 의도치 않게 한 사람을 죽인 후 자신도 목숨을 끊는다.

작품은 묻는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고. 또한 우리 사회의 모순과 혼란의 극복이 있어야 미래가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다.

공연 후 만난 송용일 극단 십년후 대표는 "배우들이 잘 해주어서 경연 무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 사회상을 들여다 보는 내용이다 보니 작품이 다소 어려울 수 있었는데, 관객들 반응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