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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저어새의 주요 서식지인 인천시 남동유수지가 너구리의 공격으로 번식률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7일 저어새들이 번식지에서 휴식을 갖고 있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올해 정상 성장 새끼 15마리 그쳐
부화한 개체수 2년만에 93% 감소
육상동물 침입 포획후 방생 반복
수위 상승 등 차단대책 무용지물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주요 서식지인 인천 남동유수지가 저어새 번식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너구리의 공격으로 번식률이 급감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7일 저어새네트워크에 따르면 올해 남동유수지에서는 15마리의 저어새 새끼가 정상적으로 성장해 둥지를 떠났다.

이곳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저어새 수는 2017년 233마리에서 지난해 46마리로 크게 줄었고, 올해는 15마리까지 줄어들었다. 부화 개체가 2년 만에 약 93% 줄어든 것이다.

저어새는 늦게는 8월까지 번식을 시도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수지를 찾는 저어새가 감소한 점 등을 바탕으로 올해 번식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어새는 전 세계 약 3천900마리만 남은 멸종위기종으로, 매년 300마리 이상이 남동유수지를 찾아 번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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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남동유수지에서 포획되어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옮겨진 너구리의 모습.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번식이 급감하고 있는 원인은 너구리의 공격이다. 유수지 내 2개 인공섬에 설치된 무인센서카메라에는 번식이 시작된 지난 4월부터 너구리가 저어새 둥지를 공격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저어새네트워크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올해 태어난 약 70마리의 저어새 새끼 중 15마리만 너구리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았다.

인천시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 관계 기관은 포획틀을 설치해 이때부터 모두 5마리의 너구리를 붙잡아 방생했지만, 유수지에는 더 많은 수의 너구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는 지난해 너구리의 접근을 막기 위해 유수지 수위를 높이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너구리가 헤엄을 쳐 인공섬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너구리가 저어새섬을 공격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내년에도 저어새 번식은 완전히 실패할 것이다. 내년 번식기 이전에 반드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인천시, 문화재청, 국립생물자원관 등 관계 기관은 최근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강우량 증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번식이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올해는 완전히 너구리로 인해 번식이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내년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남동유수지는 우리나라로 오는 저어새들의 번식지로 중요한 곳"이라며 "너구리가 다시 침입하지 않도록 인천시와 협의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