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막말'·'혐오' 언어문화 파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 직면
여야·진보보수 진영논리 잠시접고
한마음으로 뭉쳐 위기에 대처해야
오로지 '국민 우선' 상생정치 시급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막말 논란으로 정치권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요란스럽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로 나라 전체가 슬픔에 휩싸인 가운데 '골든타임 3분뿐'이라는 페이스북 글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정도로는 성에 안 찼는지,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천렵질'이라는 상스러운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후진적 정치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대국은 아니지만 이제 어엿한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술과 과학은 첨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언론 자유의 세계적 순위도 미국보다 훨씬 높고, 일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위에 서 있다. 어디 이뿐인가. 영화나 케이팝, 스포츠 등 우리 문화는 다양한 분야의 세계무대에서 그 저력을 인정받으면서 선진국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정치 문화는 퇴보를 거듭하는 분위기다. 반대진영을 향한 분노와 증오만 표출하며 막말이 난무하는 정치권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피로가 누적된다. 여야 모두 합의와 설득 대신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은 정말 봐주기가 쉽지 않다.

정치권의 '막말', '혐오'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막말 때문에 제1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한때 '막말 금지' 움직임이 있었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면서 오히려 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의 막말 난타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필자는 지난 4월에도 같은 지면에 정치권의 막말 논란에 대해 글을 썼다. 그때나 지금이나 풀리지 않는 의문점과 궁금증이 있다. 도대체 정치인들은 막말로 무엇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막말을 내뱉음으로써 지지세력 결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상대 진영에 대한 갈등 유발 노림수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정말로 이들은 저주 섞인 막말과 조롱으로 국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제 막말은 야당의 역할 수행에 빠져서는 안되는 필수코스로 인식될 정도인 듯하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막말과 혐오 발언이 야당의 중요한 책무라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야당 입장에서 대통령의 국정과 여당을 견제하고 공격하는 일은 자연스런 일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야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격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보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비판과 대안제시가 동반되어야 함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조롱과 저주에 가까운 막말 비난만으로는 야당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

감정의 절제 없이 거친 혐오와 막말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공인으로서 사적인 개인감정과 공적 활동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는 정치권의 폭언과 혐오 표현으로 불신과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정치인의 독한 막말과 폭력적인 막말은 미세먼지만큼이나 사회 환경을 오염시키고 언어문화를 파괴한다. 거친 막말로 혼탁해진 정치문화를 정화시켜줄 수 있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절제된 말과 품격 있는 언어 사용 △역지사지의 자세 △국민에 대한 진정한 존중을 꼽고 싶다. 여당 역시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막말을 막말로 받아치며 난타전을 즐기는 모양새보다는 품격과 절제된 언어와 역지사지의 자세로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요즘 우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속에서 양측의 날 선 기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서 모든 것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면서 막말로 흠집 내고, 끌어내리는 그야말로 막말 포화 속에서 부침이 많아 보인다.

막말로 무장된 비판적인 공격보다는 진보와 보수는 진영논리를 잠시 접어두고 한마음으로 뭉쳐 대외적인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보수건 진보건 서로 상대 진영 흠집 내기에 올인하지 말고 역지사지 자세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오로지 국민이 잘사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막말 속 정쟁이 아닌 품격과 절제의 언어로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여야 상생하는 정치가 그립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