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인천북항 관공선 부두에서 세일링요트 카트리나호가 돛을 올렸다. 이 요트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다. 바로 요트 항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카트리나호는 한국수상레저협회가 개최한 '제1회 한반도연안 요트릴레이투어'에 나선 첫 요트였다.
그렇다면 이 요트가 출항할 때, 요란하지는 않더라도 형식상의 출항행사라도 있었을 법한데 부두는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인천에 일정 수심을 확보한 요트계류시설(마리나)이 없기 때문이었다. 요트가 대형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관공선 부두에서 상선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는 모습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인천이 요트릴레이투어의 출발지이면서 정작 출항식은 경기도 제부도에서 열리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지금은 왕산마리나도 생기고 여건이 많이 달라졌지만 요트 레저에 관한 한 당시 인천은 전곡항은 고사하고 제부도에도 밀리는 형국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요트를 타면서 국내 3대 도시 인천의 해양레저산업 인프라가 일개 섬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느낌을 경험한다. 일종의 기시감(旣視感)이다. 중국낚시클럽연맹 회장단이 얼마 전 방한해 한·중낚시대회 개최지를 답사하고 돌아갔는데 그 장소가 바로 거제도다. 이들은 거제 일원에서 갯바위와 선상낚시를 체험한 뒤 9~10월 께 대회를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일이 성사되기까지에는 경상남도와 거제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데다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어 해양레저산업이 발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과의 거리 또한 거제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깝다. 중국의 낚시인구는 9천만명으로, 중국낚시클럽연맹은 낚시전문 방송채널도 보유하고 있다. 인천이 발 빠르게 나서 대회를 유치했다면 섬은 물론, 수도권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을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사실 부산을 비롯한 많은 자치단체들이 낚시 인구 700만 시대에 발맞춰 시장배낚시대회 등 다양한 낚시 이벤트를 개발 중인데 비해 인천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점에서 오는 23일 인천 해상에서 열리는 '제1회 선상낚시대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해양레저도시 인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