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계를 취재하며 체감한 것은 저마다의 불만은 있지만 대체로 참는다. 비교적 '나'를 위함이 아닌 '우리'를 위해 견딘다는 의미다.
스포츠혁신위는 지난 4일 권고안을 통해 학생들의 주중 대회 금지와 특기자제도 수정, 운동부 합숙소 폐지, 소년체전 폐지 등을 제안했다. 어처구니없는 권고안이기에 체육계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선거철도 아닌 상황에서 이번만큼 전·현직 국가대표 출신 체육인 등 스포츠 관련 7개 단체는 이례적으로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위의 권고안을 재검토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그간 엘리트(전문) 체육 육성을 억누르고 있는 현 정부와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에도 체육계는 일단 침묵했다. (성)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 등을 요구해왔던 과거의 그릇된 행적을 반성하는 뜻에서다.
현장에서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시·도체육회와 교육청은 이들 지원에 불철주야 노력한다. 취재진도 이들의 지척에서 기사를 작성한다.
그러나 익산에서 열린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는 KBS와 중앙지 등 언론의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에 체육계 일각에선 "KBS마저 소년체전을 등한시하고 있는 판인데, 생활체육대회와 같이 소년체전을 운영하라는 권고안은 체육계를 향한 정부의 무관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는 제2의 손흥민과 이강민, 류현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국민들에게 정치·사회·경제·문화·체육 중 무엇이 가장 빠르고 이해하기 쉽게 삶의 희망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기다. 혁신위는 현장의 체육지도자들에게 많은 의견을 수렴해 과거의 적폐를 도려내면서 동시에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체육계 스타 육성을 위한 권고안을 내놓아야 한다. 체육정책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올림픽과 월드컵 등은 다른 나라의 대잔치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