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사무 규정 국비 지원 없어
市지원금 리모델링비 절반도 안돼
서울·경기는 전담팀 '행정력 집중'
민간 재산권 훼손되지 않게 논의를


인천시는 최근 근·현대사를 거쳐 역사적·건축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건축자산'을 500여 곳으로 보고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건축물을 조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보전하고 개방·활용하는 데까지 나아가려면 정부와 시가 건축물 보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015년 6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건축물 중 역사·문화적 가치를 가진 건축물을 '건축자산'이라 규정 짓고 이를 보전·활용할 제도적 근거를 뒀다.

그러나 이를 지자체 사무로 두면서 국비 지원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건물 소유주가 우수 건축자산 등록을 하고 시민에게 개방할 경우 건물당 2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건물 소유주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하면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있고, 지원 예산 2천만원은 리모델링 비용의 절반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시 역시 건축 자산 보전·활용에 행정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옥건축자산과, 경기도는 건축문화팀, 전라남도는 문화자원과에서 이를 전담해서 담당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주거복지팀이 주거 복지 업무와 동시에 처리하면서 문화·관광 부서가 일부 맡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 500곳 이상을 등록 대상지로 검토 중인데 민간이 이를 등록할 때 편익이 적어 쉽게 동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국비 지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보완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시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역사성이 높은 건축물을 보전하자는 인식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축물이 주로 민간 소유다 보니 재산권을 훼손하지 않는 측면에서 보전과 활용이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아우리·auri)의 심경미 지역재생연구단 연구위원은 "민간 소유자들에게 강압적으로 보존하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이 건축자산을 보전했을 때 주차장을 조성한다든지의 혜택을 줘야 한다"며 "건축주들이 건축 자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축 자산을 청년 창업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됐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축문화자산센터는 지난해 말 펴낸 '건축자산 기반 창업 지원 플랫폼 기획 연구' 보고서에서 건축자산 DB를 구축하고 이를 창업 지원 플랫폼으로 연결해 건축물을 보전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천의 한 얼음창고를 개조해 카페(빙고·Bingo)를 만든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는 "시에서 한 건물 정도는 상징적으로 매입해 건축 자산이라는 인식을 높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령 시에서 동일방직을 매입하게 되면 이를 계기로 주변 건물주들이 이를 파는 것보다 갖고 있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당장 매입 가격이 높다 하더라도 한 번 분위기를 형성하면 쉽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