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운영불구 주차비 결제 불가
"왜 사용하지 못하나" 민원 잇따라
공공기관 단말기 시스템 개선 필요
市 "공급업체와 지속적 협의 계획"

"지자체가 만든 카드인데, 왜 지자체가 운영하는 주차장에선 사용할 수 없는 겁니까."

인천 서구에 사는 A(37·여)씨는 최근 가족 등과 함께 월미도를 찾았다. 그는 인근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주차비 계산을 위해 '인천e음' 카드를 제시했다.

월미도 공영주차장이 인천에 있는 공공시설인 만큼, 당연히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인천e음' 카드론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A씨는 "인천e음 카드를 자주 쓰고 있는데, 지자체가 만든 카드를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인천e음 카드를 더 많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 주차장을 운영하는 인천중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인천e음 카드를 왜 사용하지 못하느냐는 내용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 우리가 운영하는 20여곳의 공영주차장은 모두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카드사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23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시시설공단을 비롯한 군·구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가운데 '인천e음' 카드를 사용해 주차비를 결제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인천시청, 인천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삼산월드체육관, 계산국민체육센터, 공촌유수지체육시설 주차장과 인천시서구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10여개 주차장 정도다.

미추홀구, 연수구 등 인천e음 카드 연계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 중인 지자체의 공영주차장도 현재까지 이 카드로 결제가 안 되고 있다.

원인은 카드 결제 단말기 시스템에 있다. 지자체 시설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카드 결제 단말기 시스템에서 인천e음 카드가 사용될 수 있게 하려면 프로그램 개선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다.

별도의 추가조치 없이 인천e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인천 일반 상점들의 카드 결제 단말기 시스템과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 등 인천지역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카드 결제 단말기 시스템 공급업체가 20여 개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프로그램 개선이 이뤄진 건 아직 3분의 1 정도"라며 "카드 결제 단말기 시스템 공급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공영주차장은 물론, 서류 인지대나 여권발급수수료 등도 인천e음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