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스마트폰 실시간 모니터링
안전 아닌 서로가 서로를 가두는것
불안한 사회의 확실한 보안대책은
언제든 편안하게 대하는 '이웃'이다

지난해 서울의 한 자치구 청년임대주택 입주자 선발을 위한 지원자 서류심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입주자들의 자치적인 공동체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입주 후 입주자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또는 기여 계획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에 상당수의 청년들이 일상소음 문제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경험과 그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었다. 관계가 단절된 협소하고 열악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청년들의 삶이 이제 이해가 간다. 당연히 집이 편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일상을 밖에서 지내고 집은 그야말로 늦은 시간에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 되었다.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주거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은 이웃을 잃어버린 우리 주거 현실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웃과의 단절이 단순히 소통의 부재와 공동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위험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말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우리의 주거는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 이웃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 도시 주거의 현실을 살펴보자. 빠른 속도로 도시를 잠식하는 아파트는 지역, 이웃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차별과 배제의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일터인 아파트 경비 업무도 관리비 부담으로 점차 보안경비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골목길로 연결된 저층 주거지 또한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다. 골목길은 이웃들과의 사이를 지켜주고 연결하여 주었던 공유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다세대 빌라가 자리 잡은 골목길, 이웃이 사라진 골목길은 스산하다. 사람은 안 보이고 차들만이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서있다. 구석구석 늘어나는 CCTV만이 우리를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기업들은 역시 빠르다. 1인가구 증가는 커다란 사업의 기회이다. 1인가구가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 주거와 안전이다. 1인가구는 주거 보안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특히 여성, 노인의 경우 주거침입 범죄 등 안전 및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신속하게 스마트홈 보안 서비스를 내어 놓기 시작했다. CCTV와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부가서비스가 추가되는 형태이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흐름은 우리가 사는 도시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가두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염려로 이동은 제한되고 활동성은 저하될 것이다. 첨단기술은 우리를 스마트하게 고립시킬 것이다.
불안한 현대사회의 가장 확실한 안전대책은 첨단보안경비시스템이 아니라 '이웃'이다. 집은 관계의 빈곤을 이웃과 함께 채워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나만의 공간으로서 집, 그리고 문을 열고 나서면 언제든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웃이 있는 마을이 필요하다. 우리가 도시에서 다시 마을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