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밖으로 불필요 배출 잡아줘
이천·구례·봉화 주산지로 유명
주목받을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폭죽 터져나가듯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한곳에 모여 사방으로 분출하는 독특한 모습을 나타낸다.
새로 핀 노란 꽃 사이사이, 지난해 맺힌 자줏빛 열매가 눈에 띈다. 꽃 사이의 열매를 하나 따보니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힘이 남아 탱글하다.
열매가 오랫동안 매달려 버티고 여전히 힘도 남아 있는 것, 이것은 산수유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인체의 내부 물질이 몸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몸 안에 나쁜 사기(邪氣)가 들어왔을 때 이를 내보내는 자가 치료 기전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콧물과 기침, 위장관으로 들어온 독소를 빼내기 위한 구토 및 설사 그리고 요로 감염으로 인한 잦은 소변과 분비물 배출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몸이 허약해지면서 나가지 말아야 할 물질이 저절로 빠져나가는 경우다. 동의보감에서는 늙으면 정혈(精血)이 모두 소모돼 칠규(七竅, 얼굴에 있는 7개 구멍)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정상과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눈물이 나오지 않다가 웃을 때 도리어 눈물이 나고, 아무때나 콧물이 흐르며, 평소에는 입이 마르다가 잠을 잘 때는 침이 흘러내린다.
산수유는 이와 같이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잡아주는 수삽(收澁) 효능이 뛰어나다.
특히 신장(腎臟)에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기 때문에 소변이 잦은 뇨빈(尿頻), 생리혈이 쏟아진다는 뜻의 붕루(崩漏) 같은 여성 질환, 허리 무릎이 시큰거리는 증상 등에 좋은 효능을 발휘한다.
또한 산수유는 근골을 건강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해주는 등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전반적인 노화 증상도 다스릴 수 있다. 산수유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되며 경기도 이천, 전남의 구례, 경북의 봉화 등이 주산지로 유명하다.
산수유는 중국에서 전래된 종으로 알려졌지만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광릉 일대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산수유는 주로 인가 주변에 식재돼 자라기 때문에 도처에 보이던 산수유가 야산에만 올라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산에서 노란 꽃이 피는 나무를 본다면 생강나무일 가능성이 많다. 생김과 색깔이 비슷하지만 구별이 어렵지는 않다. 생강나무는 꽃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확연히 올라 온다.
/이승진 경기도한의사회 법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