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市상수도본부 "문제없다"에
안심지원단도 "먹는 물 기준 '충족'"
市 '역풍' 우려 "주민 공감 먼저" 눈치


붉은 수돗물(적수·赤水) 피해를 입은 인천 서구·영종지역의 수돗물이 먹는 물 기준을 만족한다는 수질 검사 결과가 거듭 나오고 있지만, 환경부와 인천시는 명확한 '수돗물 정상화'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섣불리 정상화를 선언했다가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주민들의 눈치만 살피는 실정이다.

환경부와 관계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수돗물 안심지원단은 24일 브리핑을 열어 적수 사태 정상화 작업 진행상황과 수질검사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원단은 이틀 전 공촌정수장과 주요 배수지, 아파트 단지 등 38곳에서 물을 받아 13개 항목에 대한 수질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탁도와 중금속 등 주요 항목 수질 상태가 먹는 물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다만 정수장과 배수지, 송수관로 등 급수계통의 수질보다 아파트 수도꼭지에서 받은 물의 탁도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급수계통의 청소 효과가 단계별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원단은 설명했다. 안심지원단은 이날부터 매일 수질 분석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환경부와 인천시는 그러나 서구 주민들이 언제부터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 앞서 18일 환경부도 수질 모니터링 결과 먹는 물 수질을 만족한다고 발표했고,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주민들이 수도꼭지에 장착한 필터의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데 여전히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수질 검사표만 놓고 정상화를 선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원단장을 맡은 정현미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기반연구부장은 "정상화 선언은 '확률 게임'과 같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의 수영장 물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민감한 사람에게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금 적수 사태는 발암물질 검출처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이슈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터의 변색 현상과 관련해서는 "환경과학원이 수돗물의 양과 필터의 종류를 표준화한 뒤 '좋음'에서 '아주나쁨'까지 5단계 분류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사태 이전의 환경으로 되돌리는 것이 정상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는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만 정상화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6월 말을 정상화 목표로 삼았지만, 시민들이 인정하지 못한다면 정상화 선언을 하기 부담스럽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4일 오후 서구와 영종지역에서 차례로 수돗물정상화민관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주민들에게 진행사항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인천시는 앞으로 민간대책위원회를 통해 수돗물 정상화 기준과 시점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인수 인천시 정책기획관은 "환경부와 인천시는 주민들의 공감을 먼저 얻은 다음 정상화를 발표할 방침"이라며 "환경부 안심지원단과 민관대책위가 (정상화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