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이주가족들 구분 용어로 변환
당사자에게 수치심·모멸감 주는 '주홍글씨'
정체성 혼란 최소화 위한 환경·정책 '시급'

본래 '다문화'라는 용어는 문화적 다양성의 세계적 추세를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술어이며,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주목하고 장려하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뿌리를 둔 긍정적인 의미의 용어였다. 문화다양성의 철학적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일반화된 것도, 이주민을 차별하는 말이 된 것도 '다문화 가족지원법'의 제정과 관련된다. 다문화주의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의미와 가치를 결혼이민자나 국제결혼가족에 국한해서 사용한 것은 논리적 오류였다. '다문화'라는 용어는 문화론적으로 깊고 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개념인데 다문화나 문화다양성의 전형적 사례가 아닌 결혼이민 등을 가리키는 법률적 용어로 사용한 것이다.
결국 '다문화'는 한국의 언중들에게 결혼이민자를 비롯한 이주배경 가족들과 자녀들을 구분하여 부르는 말로 바뀌었으며, '다문화'라는 용어가 지닌 본연의 적극적 문제의식도 훼손되고 만 것이다. 차라리 이 법에서 가리키고 있는 '결혼이민자, 국적법에 의거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의한 결혼이민자, 국적법에 의해 귀화 허가를 받은 자'라는 객관적인 표현을 나열하면 문제가 없었을 터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말하는 '다문화'란 2개 이상의 국가 정체성이 공존하거나 융합된 것을 가리키는 데, 실제로는 '문화'가 아니라 '국가'를 말한다. 문화의 다양성이나 공존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로의 통합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다문화'에 대한 문화적 재성찰이 절실하다. 우리 문화기본법에서는 문화를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문화를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과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고 향유할 권리를 지닌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 체류 이주민은 2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우리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5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주배경의 자녀들은 22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겪어야 할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 세심한 인권적 감수성에 입각하여 마련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글로벌 국가, 세계도시의 기본적 지표이다.
목하 전개되고 있는 '다문화' 용어 폐기 캠페인은 '다문화'라는 말 자체를 폐기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혼이민자나 국제결혼가족을 부르는 관련 법에서 '다문화 가족'관련 조항을 사실에 입각한 설명으로 대신하거나 객관적인 용어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배려가 차별이 되고만 '다문화' 사례에서 보듯 '정치적 언어교정'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정치적 올바름' 운동은 언어적 측면과 인권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인위적 언어교정은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 '다문화' 사례처럼 언어혼란을 야기하면서 또 다른 차별로 기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