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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겐 이에 따른 긴장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70여 년간 이어진 좌절과 고통의 공간이 인기 있는 관광지라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반인뿐만이 아니다. 해방 후 9명의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대부분이 DMZ를 찾았다.

미 대통령의 최초 방한은 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2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중·동부전선 수도고지를 찾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그의 최전방 시찰은 이승만 대통령도 몰랐다. 둘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젠하워가 북진 통일하자고 강력히 주장하는 이 대통령을 만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언쟁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군을 철수하려던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9년 DMZ내 미군부대에서 1박을 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3년 11월 판문점 인근 콜리어 초소를 방문, 30분간 머물렀다. 당시 분위기는 소련의 KAL기 격추, 북한의 아웅산 테러 등 최악의 상황이었다. 레이건의 방문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론이 논란이 일자 굳건한 한미동맹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방한 때 DMZ에서 멀지 않은 경기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를 방문했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1993년 방문한 클린턴 대통령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 시찰 후 "북한이 핵을 개발해 사용한다면 북한 정권은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도라산역을 방문했고,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미군 초소에서 가죽 재킷을 입고 쌍안경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DMZ 위에 선 미 대통령은 그 자체만으로 굳건한 한·미관계의 상징이었다.

미 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29, 30일 한국을 찾는다. 2년 전 방한 했을 때 기상 악화로 찾지 못한 DMZ를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 목적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관계는 전 같지가 않다. DMZ를 방문한 트럼프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