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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동 문화의 거리에 있는 가게에 손님들 신분증이 꽂혀 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인천 부평구 부평동 일대 술집에서는 계산대 옆에 손님의 신분증을 맡아두는 보관함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게 물건 도난이나 무전취식을 막기 위해 손님 일행 중 한 명의 신분증을 맡아 두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부평 문화의 거리와 테마의 거리 일대에서 5년간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손님들의 신분증을 걷기 전에는 가게 곳곳에 CCTV를 설치해놔도 물건을 훔쳐가거나 계산을 하지 않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이런 일이 줄었고, 문제가 생겨도 인근 지구대에 신분증을 들고 가 신고하면 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의 술집 운영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술집 출입 시 신분증을 맡기도록 강제할 경우 해당 법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개인정보제공 '동의' 절차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계산하지 않고 나간 손님의 신분증을 경찰에 제공해 신고를 접수하는 것 역시 '불법 추심'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일정 범위를 초과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경찰은 '제3자'에 해당하므로 술집 주인이 신분증을 경찰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술집 주인은 무전취식을 한 손님을 사기죄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지급명령신청 절차를 진행하는 게 옳다.

김원용 법무법인(유한) 효성 변호사는 "오늘날 개인정보관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술집에서 타인의 신분증을 맡아 일종의 담보 목적으로 이용하는 건 상당한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