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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생후 16개월 된 남자아이가 진흙탕에 얼굴을 묻고 숨진 채 발견됐다. 무차별적으로 살육을 자행하는 미얀마 정부군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난민 대열에 합류했다가 보트 전복으로 사망한 로힝야족 아이였다. 시인 서해성은 '슬픈 사진' 한 장이 준 충격을 이렇게 시에 담았다. '미얀마 해변에서 로힝야족 소년은 엎드려 죽었다./ 터키 바닷가에 쓰러진 아일란 쿠르디처럼./쫓겨가다 죽지 않았으면 아무도 몰랐을 이름/무함마드 소하예트./이름만으로도 무슬림인/썰물에 드러난 16개월을 산 세상./로힝야 로힝야/무덤이 없다.' ( '로힝야 소년을 위한 무덤'중에서)

사진 한 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간혹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2015년 9월 2일. 터키 도안통신의 닐뤼페르 데미르 기자가 찍은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절망에 빠뜨렸다. 터키 휴양도시 보드룸의 해변 모래에 얼굴을 박고 숨진 채로 발견된 사진 속 주인공은 시리아 국적의 세 살배기 남자아이 아일란 쿠르디. 그의 가족 4명은 에게 해를 가로질러 그리스로 가려고 고무보트를 탔다가 풍랑을 만나 아버지 압둘라를 제외한 전원이 변을 당했다. 쿠르디의 싸늘한 시신을 담은 사진은 시리아 난민사태의 참혹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 '사진 한 장'은 유럽의 일부 국가에 난민 수용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그제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 강 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그의 딸 두 살배기 발레리아의 사진 한 장이 또 전 세계를 울렸다. 지난 4월 고향 엘살바도르를 떠나온 이들 가족은 미국 망명을 위해 강을 건너려다 변을 당했다. 아빠는 딸을 물속에서 놓칠까 봐 자신의 티셔츠 안에 품었고, 딸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의 목을 끌어안고 있어 슬픔을 더하고 있다.

이들 죽음을 담은 '사진 한 장'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1천200만 명 난민을 발생시킨 시리아 내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미얀마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로힝야 족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며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 역시 바뀌긴 힘들어 보인다. 시리아의 쿠르디, 로힝야의 소하예트, 엘살바도르의 발레리아가 사진 속에서 이렇게 절규하는 것 같다. "어른들! 제발 뭐라도 좀 하세요! "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