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고'는 아마존이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무인 슈퍼마켓이다. 지난 5월 뉴욕에 12호점이 문을 열었다. 아마존 고에는 계산원은 물론 계산대도 없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수백 개의 센서와 카메라는 누가 무엇을 사는지 지켜볼 뿐이다. 손님이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 들면 센서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 스마트폰에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결제가 끝난다.
아마존 고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가 없어 주로 현금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이나 노인, 즉 디지털 소외계층은 아마존 고를 이용할 수 없다는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이 들끓자 뉴욕 매장은 현금 사용 고객을 위해 직원을 따로 뒀다. 하지만 그 자리가 오래 유지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2021년까지 최대 3천개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 역시 '무인(無人) 자동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이 무인화 기기 '키오스크'에 점령당한 지 오래고, 주유소도 셀프로 바뀌는 추세다. 대형 마트 계산대도 무인으로 바뀌고 있다. 줄 설 필요도 없이 신용카드를 꽂고 물건을 바코드 인식기에 대면 자동으로 계산이 끝난다. 고용주 입장에서 소비자가 만족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주는데 무인화를 마다할 리가 없다.
무인화는 주문이나 결제를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등 소비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지만, 계산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으려는 공포의 존재나 다름없다. 고속도로 통행권을 뽑을 필요도 없이 통행료가 결제되는 '스마톨링'이라는 요금 자동수납시스템으로 고속도로 요금 수납원이 해고 위기에 몰리는 것이 그런 경우다.
무인화 시대의 도래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여파가 크다. 소득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무인화를 부채질한 것이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다. 하지만 무인화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정책적으로 무인화 시대를 늦춘다고 해도 그건 잠시뿐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유통업체에 무인 자동화 시스템의 확산은 더욱 빨라질 것이며, 무인 자동화 시스템의 보편화는 결과적으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인화 시대가 드리우게 될 어두운 그림자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