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대표, 조부별장 고쳐 개장
수십년간 시민 여름철 단골 명소
수익성 악화 50년만에 폐쇄 결정
市 사업비 100억 '청솔공원' 조성
"나무 그늘 아래 가족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물놀이를 한 추억이 영원토록 기억되길 바랍니다. 인천 시민의 '밀알'이 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인천 최초의 야외 수영장인 '청학풀장'이 개장 50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25세의 나이에 할아버지의 별장을 야외 풀장으로 꾸며 75세가 되도록 풀장 운영을 이끌었던 김세훈(75) 대표는 "시간이 흐르며 여러 외부적 환경으로 풀장이 문을 닫게 된 것이 시원섭섭하다"면서도 "많은 인천시민들에게 추억을 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시는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청학풀장'은 연수구 청학동 문학산 자락의 우거진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어 수십년간 인천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여름철 명소였다.
풀장 바로 옆에 텐트를 치거나 바비큐 등 취사를 겸할 수 있는 유일한 야외 풀장이라는 점 때문에 지난해까지도 피서객의 발길이 적지 않았다.
인천도시역사관이 지난해 말 발간한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老鋪)'를 보면 1969년 8월 개장한 이곳은 청학풀장 김세훈 대표의 할아버지가 1957년부터 사용했던 여름 별장을 고쳐 만든 인공풀장이다.
황해도 해주 출신 김세훈 대표는 군대를 제대하고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다 100원에 물 한 바가지를 끼얹는 냉탕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풀장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공중목욕탕으로 허가를 받았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시작했으나 10년 전부터 '대형 워터파크', 공공기관의 '무료 야외 물놀이장'이 조성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김 대표는 인천시에 영업장을 매각하고 위탁 형태로 풀장을 운영해 왔지만, 올해는 사용료 인상, 최저임금 인상, 방문객 감소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풀장 운영을 포기했다.
인천시 월미공원사업소는 청학풀장 부지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사업비 100억여원을 들여 3만436㎡의 '청솔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청학풀장 정문에 '풀장운영중지' 안내 현수막을 게시하고 안내하고 있다"며 "그간 인천시민들의 여름철 물놀이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청학풀장을 청솔공원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