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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아니었으면 우리 같은 촌놈들이 대학에나 갈 수 있었겠냐?"

얼마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5년만에 처음으로 동창회에 참석했다. 5년 주기로 동창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에 빠지면 환갑에나 고교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동창 친구의 말에 이끌린 것 같다. 역시 오랜만에 벗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수십 년 세월의 더께에 가려진 옛 얼굴의 흔적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출렁거리는 배를 안고 닭싸움을 해도 부끄럽지 않은 시공간의 왜곡 현상까지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인적 네트워크의 후순위에 밀려 있던 동창회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저녁 뒤풀이 시간, 서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화제가 자녀교육 문제로 옮겨갔다. 다들 사교육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더니 결국 과거와 현재의 교육정책을 비교평가하는 장이 펼쳐졌다.

서두에 쓴 친구의 말처럼 시골에서 부유하지 못한 학창시절을 보낸 50대 중반 세대들은 전두환 교육정책의 덕을 본 것이 맞다. 이른바 학력고사 세대들이다. 전두환 정부는 사교육을 전면금지하고, 대학별 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에서 출제하는 학력고사로 일원화시켰다. 특히 이날 모인 동창들은 고교 전학년 내신성적이 입시에 반영된 첫 수험생 세대다. 이같은 교육정책은 시골 고등학교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학생들이 내신성적을 내기 위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도시의 명문고 대신 가까운 고향 학교를 택했고 이는 시골 학교의 학업 수준과 면학 분위기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질적·양적으로 전보다 월등히 높은 대학진학률을 기록했으니 교육의 형평성 측면에서 전두환 정부의 교육정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두환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는 지금의 수능에 비해 수준이 떨어졌고 '눈치작전'이라는 기형적 입시 관행도 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 민주화 과정을 겪은 터라 전두환 정부에 호감을 갖기 힘든 586세대가 당시의 교육정책을 추억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학창시절에는 최소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는 좋은 대학에 가기 힘들고, 자사고나 특목고가 고교서열화를 부추기는 현재의 교육 현실 속에서 35년 전의 모교는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위안처가 아니었나 싶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