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물류協, 선주협회 등에 공문
"별도 저장소 설치 현실적 어려움"

컨 터미널 운영사들 일제히 반발

한국항만물류협회가 내년부터 항만에 반입되는 유해 화학물질 컨테이너를 최대 72시간만 보관하겠다고 관련 업계에 통보했다.

7일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에 따르면 한국항만물류협회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한국선주협회,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 한국무역협회 등에 보냈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는 내년 시행되는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과 유해화학물질 저장소 안전관리 지침에 따라 올해 말까지 터미널에 염산·글리세린 등 유해화학물질이 담긴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별도의 저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항만물류협회는 공문을 통해 내년부터 유해화학물질 컨테이너를 72시간 이내에 다른 배로 옮겨싣거나 부두 밖으로 반출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에 따라 72시간 이내에 반출하는 화물은 유해화학물질 저장소에 보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유해화학물질 컨테이너 저장소를 마련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72시간 이내에 해당 컨테이너를 반출하라는 얘기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은 저장소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저장소 주변 철책 설치 등 규제가 너무 많아 일반 화물 하역에 방해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유해화학물질 저장소 주변에는 높이 1.5m 이상의 철책을 설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외영향평가서, 위해관리계획서 등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인천항의 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 저장소를 만들면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 넓어져 일반 화물 처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안전을 중요시하는 것이 맞지만, 법과 지침은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의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유해화학물질 물동량이 매우 적다는 것도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지난해 인천항의 유해화학물질 컨테이너 물동량은 6천18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인천항 전체 물동량(312만1천367TEU)의 0.198%에 불과했다.

일반 화물을 보관하는 장소도 부족한 상황에서 양이 많지 않은 유해화학물질 저장소를 따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국의 모든 유해화학물질 컨테이너가 72시간 이내에 반출될 경우, 유해화학물질을 제조·사용하는 공장의 저장소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화학물질관리법을 담당하는 환경부와 규제 완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