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부터 가축분뇨 악취
새벽까지 대형트럭 소음·진동
군수 면담·약속 불구 개선안돼
"소문 퍼져 매매도 쉽지 않아"
"생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마을에 사람이 살 수 없을 지경입니다."
양평군 지평면 월산4리.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물 맑고 산세 수려한 이곳 산골에 터를 잡고 30여 가구가 오순도순 살아오던 조용한 마을에 한우와 젖소 등을 키우는 축사가 하나둘 들어서고 마을 뒷산에 쓰레기 매립장이, 그리고 건축폐기물 처리업체 2곳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마을은 '사람이 살기 힘든 고통의 삶의 현장'으로 변했다.
주민들 제보를 받고 지난 3일 찾은 마을 입구에서 차량의 창문을 여는 순간 가축분뇨의 역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강경동 새마을지도자의 안내를 받아 쓰레기매립장, 건축폐기물 처리업체, 축사 등 '민원 현장'을 둘러봤다.
마을을 돌아보는 짧은 순간에도 마을과 20~30m 거리의 도로에는 쓰레기 매립장과 건축폐기물 처리업체를 드나드는 대형트럭이 수없이 오고 갔다.
강씨는 "한창 차량 통행이 많을 때는 하루에 200~300대가 드나든다. 차량 덮개 등을 제대로 씌우지 않아 쓰레기와 침출수 등이 도로로 쏟아져 민원을 제기하면 그때만 도로 물청소를 하는 시늉만 한다"며 "도로를 청소한 물도 마을로 흘러들어 악취와 함께 농경지 오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트럭이 새벽 4시부터 밤늦게까지 통행, 소음과 진동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가축분뇨의 악취로 구역질이 날듯했다. 마을 주민 등이 운영하는 대규모 축사 4곳에서는 한우와 젖소 등 500여 마리가 사육 중이다. 한 축사는 마을의 한 주택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등 대부분 축사가 주택과 불과 몇m 거리를 두고 운영 중이다.
주민 임모(68)씨는 "건강이 안 좋아 몇년전 요양·치료 등을 위해 이사와 살고 있는데 바로 앞 축사의 악취로 창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와 파리·모기 등이 들끓어 고통스럽다"며 "무더운 여름이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호소했다.
정모(81) 할머니도 "남편이 축사문제로 화병을 얻어 몇년전 세상을 떠났다"며 "한 마을에서 수십년 간 함께 살아온 이웃이 이제는 철천지원수가 됐다"고 울먹였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주민들 대부분 표정도 수심이 가득 차 보였다.
주민들은 "지난 5월 중순 양평군청을 방문, 정동균 군수와 면담을 하고 이틀 후 정 군수가 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들 고통을 최대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개선된 점이 전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마을 한복판에 또 다른 축사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라며 "아무리 합법적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준다고는 하지만 주민들의 심각한 고통을 알면서도 신규 허가를 내주는 군청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분개했다.
이들은 "군에 축산 분뇨를 무단 방류하거나 농경지에 불법 매립 민원을 제기하면 경찰에 고발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며 "마을에 상수도 공급이 안돼 지하수를 식수로 생활하고 있어 지하수 오염 여부도 심각한 문제"고 지적했다.
한 할머니는 "한평생 살아온 정든 마을이지만 땅을 팔고 막상 떠나려 해도 땅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소문이 퍼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마저 매매 소개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양평/오경택기자 0719o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