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 뒤떨어진 한국 교육열 비판
"학생을 가르치는 대상으로만 봐"
정보·기술 활용 창조·즉흥성 강조
"엉뚱·독특한 상상은 칭찬해줘야"
핀란드는 포트폴리오로 역량 키워

"분재로 키울까요, 사과나무로 키울까요"
4일 오산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교육 오산국제포럼'은 지금까지 행해 온 대량 생산방식의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 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새로운 미래 교육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특히 세계적인 미래교육 연구자들이 참여한 포럼의 기조연설에선 시대에 뒤떨어진 한국의 교육열을 비판하고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 육성이 화두로 등장했다.
박영숙 UN미래포럼 대표는 미래 한국 교육의 교사 역할을 새롭게 해석했다.
박 대표는 "아직도 한국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대상으로만 본다. 수만가지 정보가 손 안에서 펼쳐지고, 교사보다 훨씬 정보를 잘 다룰 줄 아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며 "지금 같은 방식의 지식 전달은 AI도 할 수 있고,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사는 학생에게 정보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창조성'과 '즉흥성'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창의적 위기'를 통해 미국 교육계를 뒤흔든 김경희 미 윌리엄메리대학교 교수는 "한국에는 영재가 없다"는 신랄한 표현으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전국의 영재학교를 방문했는데, 영재학교에는 진짜 영재가 없다. 모두 시험 성적이 좋은 학생 뿐"이라며 "창의력이 없는 영재는 영재라고 할 수 없는데, 한국에선 시험점수가 높으면 영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영재 학생들을 비교한 평가를 제시했는데, '2015과학PISA' 점수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획득했지만, 창의력과 배움·열정을 측정하는 지수에선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호텔방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숙박회사를 경영하는 에어비앤비와 한때 전자산업을 압도했던 일본 전자기업들이 혁신하지 못해 내리막길을 걷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냐"며 "창의적 기업가는 좋아하는 것을 잘해야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 엄마들은 들판의 커다란 사과나무를 자기만 볼 수 있는 분재로 키운다"며 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열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지식을 새롭게 창조하는 '창의성'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아이가 엉뚱하고 독특한 상상과 공상을 한다면 오히려 칭찬하라"며 "아이가 '이의제기'하는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또 나의 약점이 타인의 강점으로 융화될 수 있으려면 타인과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핀란드 뉴노르딕스쿨 브래드 크레머(Brad Kremer) 교육이사는 뉴노르딕 스쿨의 평가방식을 발표했다.
학생의 생활태도, 학업진도 등 성장의 모든 분야를 '학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축적해나가는 방식이다.
그는 "우리 학교는 시험성적이 없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위해 숫자나 문자로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학교에서의 모든 생활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자신의 핵심역량을 고민하고 발전시켜나간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학생은 스스로 자신의 성장을 설명하고 재능과 흥미를 자발적으로 찾아 키워나가면서 다른 학생과 자신을 차별화한다"고 설명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