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왜곡역사 청산'위한 행동
걸그룹 멤버 퇴출 요구 의견 '무리'
여행자제 권고로 표현 '신중한 흐름'
국익차원 일부언론·野대응 더 걱정
아베 정부의 정략적인 경제보복은 역사와 외교 문제를 수출규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첨단산업의 상호의존이 심화된 한일 양국에게 실이 될 뿐이다. 물론 일본이 반도체 산업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복합적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조치에 우리 정부는 조기 대응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일본 주요 언론을 포함한 해외 주요 언론이 대체로 아베 정부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일부 언론과 야당은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우리 정부의 책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선제적인 외교 대응 조치의 부족을 지적한다면 일리가 있겠지만 한일청구권을 둘러싸고 일본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이 경제적 보복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사안일까?
우리는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의 경제 보복을 받은 기억이 있다. 중국은 한류금지령, 한국행 관광상품 전면 금지, 사드 부지 제공 기업 영업금지,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으로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우리 정부는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한국 안보 상황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사드 추가 배치 배제, 미국 주도 MD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등을 구두로 밝히면서 중국 측과 갈등을 봉합했다. 2018년 4월 발간된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이슈리포트는 사드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을 피해를 감수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유형이라 하여 '읍소무마형'이라 불렀다.
'와신상담형' 대응방식은 새로운 판로 개척이나 기술개발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아베정부 경제보복에 적절한 대응방식일 것이다. 이 리포트에는 일본 아베 정권도 자국 우익 정권의 결속을 위해 위안부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롱맨' 전성시대를 맞이한 세계정치에서 이런 일들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에 분노한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일본계 기업 명단과 전범기업 명단, 일본 제품 불매 포스터 등이 공유되고 있다. 거리에서는 일본 대기업 매장 앞에서 대학생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언론은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등 과도한 요구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확산을 우려한다. 신중한 불매운동 논의를 제안하기도 하고 과거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한계도 언급한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우리 소비자 운동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정치적·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정한 제품, 기업 등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구매를 포기하거나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사적 행동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동참하도록 이끄는 공적 행동을 포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불매운동도 우리 소비자가 정치적, 윤리적 더 나아가 왜곡된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실천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역사왜곡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전범기업 상품 불매운동이 계속되어왔다는 점에서 돌발적인 것도 아니다. 불매 기업 명단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기도 하고,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요구가 무리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일본여행 불매도 여행 자제 권고로 표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시민의 불매운동이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 역사의 청산과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 언론과 야당의 대응을 더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