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과서 점유율 1위 출판기업인 천재교육이 지역총판들에 대해 갑질을 행사했다는 경인일보의 연속보도 내용은 여러 측면에서 관계당국의 주목을 끌고 있다. 당초 천재교육과 총판들 사이의 불공정거래 시비에 이어 교과서 시장의 학교로비 행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교육의 총판 영업은 본사인 천재교육이 학교에 교과서를 공급하면, 해당 교과서의 참고서를 판매해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라고 한다. 즉 천재교육 교과서가 학교에 많이 공급돼야 총판들의 참고서 시장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에따라 총판들은 천재교육 대신 교과서를 학교에 공급하기 위한 '영업행위'에 나섰고, 억대에 달하는 영업비용을 감당했다는 것이다.

총판들은 영업행위 과정을 불공정거래라고 주장한다. 천재교육이 징벌적 페널티 규정과 계약해지 압박 등의 수단을 통해 지역내 교과서 점유율을 직접 관리해 울며 겨자 먹기로 교과서 영업에 나섰고, 여기에 들인 비용이 본사에 빚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또한 천재교육이 자의적이고 제한적인 참고서 반품비율을 정하는 바람에, 재고가 누적돼 이 또한 본사에 빚으로 남았다고 한다. 총판들은 천재교육이 영업비용 보전명목으로 약속한 교과서 정산금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천재교육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보상은 없이 빚만 남았으니 억울하다는 얘기다.

천재교육측은 이런 하소연을 "총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사실무근을 강조하고 있다. 반품규정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서 정산금은 아예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총판과 본사는 독립된 사업자로 서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판들의 주장은 구체적이다. 총판의 영업장부와 본사 자료를 대조해보자고 제안할 정도다. 총판들은 주장의 구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교과서 채택 영업비에 교사들에 대한 향응과 현금제공까지 포함됐다는 증언마저 불사하는 지경이다.

사실 총판들의 이같은 주장은 공정위에서도 오래전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이같은 주장을 공정거래제도의 개선용으로 활용했을 뿐,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재교육 총판들의 문제제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구조에서 총판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삶을 영위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교과서 채택과 관련한 관행적 비리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공정위의 현장조사와 관계당국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