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시민 불편 겪고 2만건 이상 민원 제기
과학적 물관리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 필요
인천만의 문제 아니라는 것 전문가들 시각
정부, 생활형 SOC사업 포함 추경 반영하길

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
인천지역 수돗물 사고가 일어난 지 40여 일이 지났다. 40만 시민이 불편과 불안을 겪고, 2만건 이상의 민원이 제기됐다. 시민들은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런데 이대로 정상화되면 이 같은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을까. 전국 여러 곳에서 비슷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데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환경부 근무 시절 수질정책과장, 상수도정책관, 기획조정실장을 지내며 물과 관련된 재난 경험을 많이 했다. 당시의 경험과 이번 사고를 직접 겪으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를 제언해 본다.

첫째, 과학적 물 관리 시스템 도입이다. 시대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얘기하고 있는데 생명수인 수돗물 관리를 아직도 사람에만 의존하고 있다. 취수원에서 각 가정까지 수돗물 공급 전(全) 과정에 센서류를 달아 감지, 제어하는 기술 도입을 서두르자. 배관망을 과학적으로 관리해 탁도계나 염도계가 어느 기준점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배출시키게 하자. 수계전환도 과학적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우선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 이런 선진화된 시스템은 스마트워터시티(Smart Water City)라는 이름으로 파주시와 세종시, 부산시가 적용하고 있다. 파주시는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이 1%에서 36.3%까지 오르고, 주민 만족도(93.8%)도 상당히 높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매뉴얼과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다. 어느 누가 봐도 5분 이내에 읽고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매뉴얼은 부서별, 개인별 역할을 분명히 담은 '두 쪽' 분량이면 충분하다. 또한 사안의 심각성과 대응을 결정하는 데에는 내부 담당부서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적인 시스템이 우선하더라도 특정인에게 판단을 맡겨서는 위험하고 예민한 문제들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응 등 대내외적인 소통조직력도 필요하다.

셋째, 최첨단 정수처리시설 구축이다. 기존의 정수처리시설에 세밀한 막여과(멤브레인)와 오존 등을 활용해 한 번 더 수돗물을 걸러주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갖춰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모든 정수장에 2015년까지 이 시설을 갖추었으나 인천은 아직 이만한 수준의 시설이 없다. 당시 서울은 필요 이상의 과잉투자라 할 정도의 일부 비난에도 이를 구축했다. 이번 사태의 발생지인 공촌정수처리장을 먼저 서울 이상의 고도화된 모델로 바꿨으면 한다. 원인진단을 통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아는 정부가 그 재정 지원을 지자체에만 맡기고 정작 나서지 않으면 해결은 요원할 일이다.

넷째, 상수도관을 제대로 평가, 빅데이터화 하고 단계별로 개선해야 한다. 상수도관은 내구연수로 얼마 지났으니 바꾸자고 흔히 얘기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수도관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따라서 상수도관을 구간별로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고 DB를 구축해야 한다. 서구에 밀집해 있는 로봇업체들의 로봇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배관을 무작정 바꾸기보다 내구연한을 늘릴 수 있는 선진화된 기술을 검토해 비용을 줄이고 효용성을 높이는 것도 좋겠다.

인천지역 수돗물 사고가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 의지를 촉구한다. 인천서구를 수돗물 선진화 시스템 모델로 만들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정부 선언이 나오길 기대한다. 정부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생활형 SOC사업에 포함해 추경에 당장 반영하길 바란다. 물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먹고 씻는 기본적인 일에 마비가 온 지역 주민들에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일은 대표적인 민생 살리기이자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