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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시다(Himalaya cedar). 우리나라에서는 개잎 갈나무, 설송나무라고 부른다. 히말라야가 원산지다. 이식이 쉽고 잘 자라며 공해에 강해 가로수 정원수로 인기가 높다. 파키스탄의 국가 나무이기도 하다. 레바논 국기에는 히말라야 시다 사촌격인 레바논 시다가 그려져 있다. 금송(金松), 아라우카리아와 함께 3대 조경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왔다. 비록 외래종이지만 학생들이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길 희망하는 마음에 교목으로 지정하는 학교도 있다. 나무가 그만큼 친숙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큰 나무는 줄기 지름 3m에 키가 60m에 이른다. 위풍당당하다.

이 나무가 수난을 당한 적이 있다. 2005년 봄, 당시 문화재청장 유홍준이 전북대 박물관을 찾았다가 정원에 서 있던 30년 넘은 히말라야 시다를 본 게 화근이었다. 그는 히말라야 시다가 친일 잔재라며 베어 버리라고 지시했다. 당시 끗발 좋은 '스타 청장'의 말 한마디에 애꿎은 나무는 '친일'딱지가 붙은 채 '댕강' 잘리고 말았다. 그때 그 나무가 살아 있었다면, 지금도 하늘을 향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최근 학교 내 친일 청산 프로젝트에 나섰다가 구설에 올랐다. 도내 2천300여 초·중·고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학교생활 속 일제 잔재 발굴 조사'를 실시하면서 그동안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용어, 즉 화이팅(Fighting), 수학여행을 청산 대상 일제 잔재로 지목한 것이다. 경기 교육청은 2016년에도 동·서·남·북 등 방위명과 제일, 중앙 등의 서열화된 단어가 일제강점기의 잔재라고 보고 이를 청산하기 위해 '학교명을 부탁해'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가 흐지부지 끝낸 적도 있다. 이에 호응한 학교는 고작 5개교에 불과했다. 이번 발굴조사는 친일 청산 프로젝트 시즌 2인 셈이다.

취지는 뭔지 알겠는데, 효과는 처음부터 미지수였다. 학교 현장에 아주 깊숙이 스며든 문화가 일제 잔재인지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교육청, 교육감, 교장, 중학교, 고등학교, 체육, 축구, 야구, 칠판이란 용어도 모두 일제 잔재로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다. 단발성 이벤트로 진행하는 친일청산 프로젝트는 이제 그만하자. 하면 할수록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마음은 점점 더 쓸쓸하고 허탈해진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