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학부모 200여명 다양한 이야기
中1 자유학년제 공부기회 부족 질문
강당·급식실 없는 불평등 환경 지적
"엄마가 믿고 기다려주는 게 중요…
아이 위해서 마음껏 생각하게 둬야"

"이제 중 3인데,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걱정돼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미래시대는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하는 게 교육이에요."
13일 광명청소년수련관에서 이색적인 토크쇼가 열렸다. 광명 꿈의 학교 '청.와.대'가 주최한 '광명과 교육. 나와너. 더불어 다같이'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는 '청소년이 와글와글 소통하는 대토론 의회학교'의 줄임말로 광명의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꿈의학교다.
교육주체들이 다 함께 모인 자리인 만큼, 현안에 대한 각자의 의견들이 오가며 토론은 뜨겁게 진행됐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학생들의 현안은 '자유학년제'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교육감에게 "중 1 때 자유학년제로 긴장 풀고 맘껏 놀다 중 2 시험을 망치는 게 된다. 한참 공부하던 때를 놓치니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이 교육감은 "자유학년제는 진짜 하고 싶은 무엇을 찾는 과정이다. 앞으로 중학교 전 과정에서 시험이 없어지고 그 과정 속에 학생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이루었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험에 대한 교육감의 철학도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시험은 얼마나 잘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고 왜 모르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시험은 자기를 평가하는 것이지, 남과 비교하는 게 아니다. 시험이 자기 평가가 되면 두려움은 없어질 것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의회학교답게 경기교육 현장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도 오갔다.
패널로 나선 6학년인 이우한 군은 "학교에 강당과 급식실이 없다. 배식을 담당한 학생들은 결국 늦게 점심을 먹고 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불평등한 환경에서 평등한 교육을 이야기하느냐"며 꼬집었다.
이 교육감은 "정말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며 "경기도에 체육관 없는 학교가 450곳이나 된다. 임기동안 모든 학교에 체육관을 짓는 것이 목표다. 체육관을 지을 때 가능하면 급식실도 짓겠다. 맛있는 음식을 행복하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중 3 학부모라 밝힌 청중은 "학교와 학생, 교육환경이 모두 혁신하고 있는데 부모들만 바뀌지 않고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부모를 혁신할 수 있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교육감은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가 믿음을 주면 아이는 절대 저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사회에 대한 중요한 예로 10년 내에 외과의사가 없어질 것이라 예측한다. 닥터왓슨 인공지능 의사가 일반 의사보다 100배 더 수술을 잘하게 될 것이란 게 미래학자들의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를 쓰고 의대를 보내야 하느냐"고 물으면서 "미래 사회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은 물론 세상의 모든 구조가 바뀔 것이다. 미래는 시험 성적 잘 받아 좋은 학교에 가는게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틀을 깨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마음껏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손을 놔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