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해외투자 속도 국내보다 2.7배 높아
기업들 정규직보다 계약직 고용경향 커져
사회, 밀레니엄세대 안정된 삶 경제적 도움을

서민생계의 요체는 일자리이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2천740만8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만1천명이 증가해 1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또한 상반기 취업자 증가는 월평균 20만7천명으로 지난해의 고용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양새다. 그러나 상반기의 월평균 1~17시간 초단기 취업자는 26만9천명이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로만 따지면 전체 취업자 수가 월평균 0.8%씩 증가하는 동안 1~17시간 취업자는 18.5% 늘어난 것이다.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통계에 잡히는 지경이니 말이다.
제조업 일자리 점감(漸減)은 점입가경이다. 통계청의 올해 4월 산업별 취업자수 증감 현황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2018년 4월부터 13개월 연속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30, 40대의 고용감소는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내수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동절약적 기술진보가 화근이나 결정적인 것은 세계화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해외탈출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국내 설비투자액은 99조7천억원에서 156조6천억원으로 연 5.1% 증가한 반면에 제조업 해외직접투자(ODI)는 51억8천만달러에서 163억6천만달러로 연평균 13.6%나 증가했다. 제조업의 해외투자 증가속도가 국내투자보다 무려 2.7배나 높은 것이다. 덕분에 제조업 일자리수는 매년 4만2천여 개씩 해외로 빠져나갔다. 올해 14분기의 순투자비율[(FDI-ODI)/GDP]은 -16.1%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2.5%), 스페인(1.0%), 캐나다(0.6%) 등은 모두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 10억원 당 취업자수를 2000년 25.8명에서 2018년 16.8명으로 추정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인 6개국의 경우 1인당 소득이 2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오르면서 GDP 100만달러 당 취업자수는 19.8명에서 11.5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향후에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생산성 격증이 예고되어 일자리 감소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되지도 않는다.
국내에도 '긱 경제(Gig Economy)'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를 의미한다. 지난달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 플랫폼 경제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47만~54만명으로 추산했다. 디지털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긱 이코노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긱 이코노미는 자기 위주로 행동하고 정보기술(IT)에도 능한 밀레니얼 세대와도 궁합이 맞아 보인다. 관건은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알바가 주업인 프리터(freeter)들의 경제안정 없이는 저출산 해결은 물론 자영업 악순환문제도 해소되지 않는다.
핀란드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2년 동안 일자리가 없어 복지수당을 받는 국민 중 2천명에게 매달 560유로(74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이다. 지급 대상은 무작위로 선정됐으며 기본소득 수급자는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2년 이내에 일자리를 얻어도 기본소득 전액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이 빈곤 감소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한 뒤 성과가 확인되면 적용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혁신의 시대'는 '긱 이코노미 시대'다. 자원배분 시스템의 검토를 고민할 때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