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애덤 한프트는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증후군'으로 불렀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주인공인 71세의 데이지가 부주의로 차 사고를 낸 것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2000년 초반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미래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견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고령 운전에서 비롯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사고 빈도가 잦아지고, 한번 사고가 나면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운전할 수 없음에도 운전대를 잡는 노인들을 가리켜 '살인자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80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가 매년 100명 이상 발생한다고 한다. 심지어 90세 이상 노인이 운전하는 차 사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요건을 강화했다. 이미 일본은 70세 이상 모든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고,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면허를 자동으로 말소시킨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그제 "운전능력 평가에서 떨어진 노인은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운전능력 평가 절차 등을 거쳐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조건부 면허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미 미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시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고령 운전자에게는 야간운전금지, 고속도로 운전 제한, 운전 가능 장소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운전 가능 장소를 제한해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노인 인구 비중이 15%를 넘기면서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면허소지자 비율도 9.4%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와 비례해 고령자 운전사고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나 택배 기사처럼 생업을 위해 고령임에도 운전대를 잡는 분들도 꽤 많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운전에 제한까지 둘 경우 이를 선뜻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충분한 논의와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