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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기타(일렉기타)가 처음 선보였을 때 음악계에서는 일렉기타를 악기 범주에 포함시키는 게 타당한지를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았다고 한다. 고전 현악기는 물론 어쿠스틱 기타에 필수적인 울림통이 없는 '요상한' 악기였기 때문이다. 금속현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 소리를 증폭시키는 방식이 당시로서는 적잖이 낯설었던 듯싶다. 하지만 이제 일렉기타는 현대 대중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일렉기타의 매력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음색과 갖가지 특수 주법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밴딩, 팜뮤트, 라이트핸드 등 일렉기타의 주법은 이름만 외우기도 벅찰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클래식 기타의 하모닉스 주법을 응용한 피킹하모닉스 주법처럼 일렉기타에 특화된 주법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들 주법은 대부분 기타에 '미친'(?) 사람들이 개발했을 터이다. 밤낮으로 기타를 끼고 살면서 이리 쳐보고 저리 뜯어보다가 "어! 이런 소리도 나네?" 하면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주법으로 발전시켰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기타에 미친 사람이 있다.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이다. 그는 일렉기타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린 최초의 뮤지션이라 할 수 있다. 그의 히트곡 '미인'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기타 리프(Riff, 짧은 선율적 악구)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그가 며칠 전 81세의 나이로 새 앨범을 발표했다. 지난 2009년 펜더사에서 특제 기타를 헌정받은 것에 대한 '헌정 기타 기념 앨범'이다. 그가 펜더기타를 헌정받은 것은 에릭 클랩튼, 제프 백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번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6년 은퇴 공연 이후 연주활동을 접었던 그가 펜더의 헌정을 계기로 새로운 주법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삼삼(33) 주법'으로, 왼손의 검지와 중지, 새끼손가락 등 세 손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주법이라고 한다. 기타 실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의 아들 신대철도 "33주법을 하기 위해서는 기타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며 포기했을 정도라고 하니 상당히 파격적인 주법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그는 이 주법을 완성시키기 위해 손 마디마디에 각인된 기존의 주법을 과감히 버렸다고 한다. 이번 앨범도 이 주법으로 녹음했다. 80대 로커의 도전정신이 새 앨범에 어떻게 녹아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