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유신고가 청룡기 전국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경사라는 말로는 모자람이 있다. 쾌거다. 유신고는 이달 초 황금사자기에서도 우승했었다. 두 대회 연속 우승이다. 이런 패기라면 남은 대통령 배와 봉황기 배까지 전국대회 4관왕 위업 달성을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전력이 역대 최고라서 더 그렇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유신고에는 선발진, 계투진, 마무리의 조화가 완벽한 막강 투수진이 존재한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좌완 허동윤은 5경기 21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제2의 류현진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선수층도 두텁다. 여기에 극성맞은 동문의 후원까지, 여건도 좋다.
그동안 야구 하면 '인천야구'였다. 인천은 한국 야구의 본산이다. 50·60년대 동산고와 인천고를 앞세워 고교야구를 평정한 '야구의 도시'였다. 70년대 들어 서울과 경북 부산 광주지역 고교 야구팀이 창단되면서 침체기를 맞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하다. 이제 그 명성을 수원 유신고가 이을 태세다.
유신고의 전국대회 우승 의미는 크다. 그동안 수원은 야구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70년대 남창, 신풍, 세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야구부가 운영되긴 했지만, '미완의 대기'는 모두 인천이나 서울로 빠져나갔다. 이들을 받아 줄 중·고등학교 야구팀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84년 유신고가 야구부를 창설했다. 초창기엔 선수 부족 등으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5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 번 우승한 적이 있지만, 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기적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뛴 선수들의 덕이지만, 이들을 제대로 키워 낸 이성열 감독, 무한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문의 힘도 컸다.
유신고 야구는 올해 창단 35년을 맞는다. 연륜만 따지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 SK 와이번스의 최정·최항 형제, kt wiz의 유한준·김민, 두산 베어스의 정수빈 등 걸출한 스타 선수도 배출했다. 유신고의 전국대회 우승을 발판으로 수원, 나아가 경기 야구의 부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kt wiz도 이에 한몫할 것이다. 열렬한 야구팬으로서 너무도 들어보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신흥 야구 명문 수원 유신고' 말이다. 이제 광주일고, 경남고, 군산상고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