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홍익대 모의·수시기출문제
2학년생 논술 수행평가 출제논란
학생·학부모 "형평성 훼손" 반발
학교 "절대평가 문제 없다" 해명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문학논술 수행평가를 치르면서 대입 논술 문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각 대학이 공개하고 있는 예시답안과 출제의도 등도 함께 수록돼 있어 이미 모범 답안을 접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을 가능성이 높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학교 측은 수행평가가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 창의적으로 서술해 글쓰기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목표이고, 절대평가 방식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인천 신송고등학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2학년 문학논술 수행평가에서 전체 2문제, 제시문 4개를 중앙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모의 논술 문제와 수시 기출 문제를 그대로 베껴 출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시험을 치른 학생이 지적하면서 드러났다.

신송고 논술시험 '논제1'을 보면 "제시문 (가)에 나타난 '윤직원'의 현실 인식이 형성된 과정을 기술하고, 이러한 인식의 문제점을 제시문 (다)에 근거해 비판하시오"라고 돼 있다.

이 문제는 중앙대 2016학년도 인문사회계의 모의 논술 문제인 "제시문 (사)에 나타난 윤 직원 영감의 현실 인식이 형성된 과정을 기술하고, 이러한 인식의 문제점을 제시문 (가)에 근거해 비판하시오"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신송고의 문제와 중앙대 문제의 차이점은 '윤 직원 영감'을 '윤직원'으로 표현한 것만 다를 뿐 제시문의 내용은 중앙대와 일치했다.

신송고가 출제한 '논제2'도 "제시문 (라)를 바탕으로 제시문(가), (나)에 나타난 풍자의 양상을 분석하고, 제시문에 나타난 풍자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라고 돼 있다.

신송고가 출제한 제시문 (나)와 홍익대가 2018학년도 출제한 제시문 (라), 신송고의 (라)와 홍익대의 (가)의 제시문도 일치했다. 홍익대가 3개의 제시문을 낸 것과 신송고가 2개의 제시문을 낸 것을 제외하면 이 문제 역시 동일하다.

학교 측은 "대학교에서 배포한 자료를 활용한 것은 전문가들이 문항 난이도, 평가 기준, 예시 답안 등을 작성한 정제된 문항을 바탕으로 했을 때 평가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분명 문제가 있다. 이왕이면 문제를 '표절'하지 않고 냈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교사들이 모인 위원회에서 이번 사안을 재시험을 치를 사안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합의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표절'은 했으나 문제는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교사들 스스로 문제를 베껴서 쓰는 건 그만큼 도덕 불감증이 만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행평가 점수 반영 비율을 낮춰 피해 학생을 막는 등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했다.

일선 고교의 한 국어담당 교사는 "기본적으로 출제자는 단 한 명이라도 미리 접했을 가능성이 있는 문제는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문제를 미리 접해도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적절치 않다. 재가공하거나 문제를 바꿔야 하는 수고 정도는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은 교사로서의 도덕적 자질이 의심된다"고 했다.

/김성호·박현주기자 ksh96@kyeongin.com